‘삶의 질’ 개선, 경제성장 半도 못 미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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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대한민국]통계청, 9년간 종합지수 분석

747과 474. 비행기 모델명이 아니다. 최근 9년간 정부가 내세웠던 경제지표 달성 목표다. 이명박 정부는 ‘747’(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 박근혜 정부의 ‘474’(4%대 잠재성장률, 70%대 고용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이루겠다고 국민들과 약속했다.

결과적으로 공약은 지켜지지 못했다. 하지만 공약이 달성됐다고 해도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졌으리라고 장담하는 사람은 드물다. 삶의 질이 높아지려면 단순히 부(富)가 많아진다고 되는 게 아니라 쾌적한 환경 속에서 풍요로운 행복감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철학적이기까지 한 이런 질문의 답을 통계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정부가 오랜 고민 끝에 그에 대한 답을 처음으로 내놨다. 15일 통계청이 ‘한국 삶의 질 학회’와 함께 발표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에 따르면 수치로 환산한 한국인의 ‘삶의 질’은 최근 9년간 11.8% 상승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8.6% 증가했다. 삶의 질이 나아진 수준이 최근 낮다고 평가되는 경제성장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작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에 관련 통계를 만들겠다고 한 뒤 9년 만에 마무리됐다. GDP, 실업률처럼 표준화된 국제 기준이 없어 자의적 통계라는 지적도 있지만 양적 성장에만 집착해온 한국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는 의미가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작업이 그동안 정부의 성장 패러다임을 바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1인당 GDP 3만 달러에 언제 도달할지가 문제가 아니라 다양해진 국민 욕구를 정부와 사회가 어떻게 채울지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011년에 이와 비슷한 ‘더 나은 삶의 지수’를 개발한 엔리코 지오바니니 로마 토르베르가타대 교수(전 OECD 통계국장)는 삶의 질에 대한 논쟁이 향후 한국 정치에 중요한 논쟁거리를 던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오바니니 교수는 “이탈리아는 정부가 예산안을 짤 때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도록 법에 명문화됐다”며 “한국의 대선 후보들이 질적 성장을 어떻게 추구할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보자”고 제안했다.

윤종원 주OECD 한국대표부 대사는 “국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보다 균형 잡힌 발전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gdp#삶의 질#경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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