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폴리페서’의 변신은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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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가을 안철수의 ‘새 정치’ 바람이 한창이던 때다. 서울 시내 모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A 교수는 수업 중 걸려온 전화를 받은 뒤 학생들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으니 오늘 휴강하겠다. 미안하다”며 서둘러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당시 안철수 대선캠프에 몸담고 있던 그를 캠프에서 급하게 호출했던 것이다. 자신의 학문을 현실에 접목시키려는 폴리페서(polifessor)를 꼭 나쁘게 볼 일은 아니지만 연구와 강의라는 본분을 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부터 문재인 대선캠프에 줄을 대려고 뛰었던 한 대학교수의 얘기. “대선캠프에 이름이라도 올려놓으면 나중에 공직을 노릴 수 있고 번듯한 사외이사라도 맡을 수 있다. 교수들이 너도나도 캠프에 들어가는데 가만히 있으면 학교에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을지 겁이 났다.” 그처럼 ‘보험’이라도 들겠다는 폴리페서들로 대선철만 되면 대학가는 몸살을 앓는다.

▷요즘 문재인 캠프는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교수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다. 지난해 10월 발기인 500명으로 출범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1000여 명의 교수와 전문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경쟁 후보 캠프에서 일하던 일부 교수들은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공개되자 “사실과 다른 기사”라며 손사래를 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였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이 어제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욕먹는 길로 들어서는 것을 알지만 욕 안 먹고 논평만 하는 것이 비겁하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변명이다. 김 교수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 후보 캠프의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고)’ 위원장을 맡았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되지 못했다. 시장경제와 자유를 외친 그가 세금을 투입해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는 문 전 대표와 손잡으니 어리둥절하다. 아무리 폴리페서라고 해도 불과 4년 전 대결을 벌였던 캠프로 운신하는 건 좀 그렇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안철수#폴리페서#문재인#문재인 캠프#김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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