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에 협조’ 밝힌 朴, 구속수사 피하려 바짝 몸 낮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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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前대통령 21일 檢 출석

朴 前 대통령이 설 포토라인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21일 오전 9시 반 출석하라고 통보한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에 사진기자들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바닥에 테이프로 표시한 
삼각형 포토라인에 서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朴 前 대통령이 설 포토라인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21일 오전 9시 반 출석하라고 통보한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에 사진기자들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바닥에 테이프로 표시한 삼각형 포토라인에 서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은 15일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로부터 21일 출석 통보를 받은 직후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변호인단을 통해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는 구속수사를 피하려는 ‘로키(Low-key·몸을 낮추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소환조사 시점까지 엿새나 말미를 주는 등 성의를 보였는데도 앞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 요구를 거부했던 것처럼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다가는 자칫 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등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 상당수가 이미 구속 기소된 만큼, 검찰 내부엔 박 전 대통령도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다만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 조사가 대선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21일 소환조사 전후까지 여론의 흐름을 지켜본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朴 측 몸 낮춘 ‘로키’ 모드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특수본의 소환 통보에 “21일 출석해 성실히 조사를 받을 것이며 자료 제출 등 제반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에서 파면되기 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자세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3차례나 조사를 요구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변론 준비가 덜 됐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불응했다. 특검과는 지난달 9일 청와대 경내에서 대면조사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조사 일정이 언론에 유출됐다”며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출두 방침을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여러 차례 어긴 점을 헌법재판소가 주요 파면 사유로 지적한 점을 박 전 대통령이 간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며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는 배경에는 어떻게든 구속 수감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성실하게 검찰 수사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 여론의 동정표를 이끌어내 선처를 받겠다는 것이다.

○ “영장 청구 여부 朴 태도에 달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소환조사에 앞서 충분한 시간 여유를 준 것은 ‘신사적인 수사’로 박 전 대통령에게 불복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변호인단을 꾸리고 방어권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 박 전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할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초 17일경 소환을 검토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의 ‘21일 또는 22일 출두’ 의사를 감안해 조사 날짜를 21일로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조사 준비와 경호, 안전 등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 많아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특검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과 공모했거나,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불법을 저지른 혐의가 있는 인사들을 대부분 구속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주범격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검찰 내부에 많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할 명분도 미약하다. 박 전 대통령이 12일 사저로 복귀하면서 “시간이 걸려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여 강도 높은 수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로서는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가두는 건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반론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동정론을 전적으로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검찰은 향후 박 전 대통령의 행보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뒤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9시 반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포토라인에서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국민 앞에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검찰이 이를 불구속 수사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예우나 경호 문제 등을 트집 잡아 또다시 소환조사를 거부하거나 헌재 파면 결정에 대한 불복론을 반복한다면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신광영 neo@donga.com·전주영 기자
#박근혜#수사#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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