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중 50분 답안지 읽듯… ‘검증’ 거리 먼 토론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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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첫 TV토론… 질문 사전제공… 추가 문답 못해
“즉문즉답 늘리고 끝장토론을” 지적

1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한 첫 방송사 합동토론회가 열렸지만 전체 90분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여 분 동안 후보들은 준비한 원고를 읽거나 외운 내용을 답한 정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는 일종의 자유토론 형식인 ‘후보자 주도권 토론’ 36분을 제외하고는 기조연설과 공통 주제에 대한 답변 등 미리 공부한 것으로 대처가 가능한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는 주최 측이 각 후보 측에 사전 제공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었다. 주도권 토론 역시 4명의 후보가 번갈아 가며 9분 안에 3명의 후보를 상대로 질문을 하며 진행하다 보니 각 후보의 ‘실체’를 철저히 검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토론회 초반부에 두 후보가 30초간 묻고 40초간 답하는 코너는 답변 시간이 너무 짧아 스치듯 지나가버려 시간 낭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정일권 교수는 “한국의 대선 TV토론회는 후보들의 정견 발표 수준을 못 벗어난다”며 “온 국민이 후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도록 무제한 끝장토론 등 제대로 된 ‘검증’ 장치를 이번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TV토론회를 처음 도입한 미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했다. 주도권 토론 역시 아예 90분간 양자토론을 허용해 ‘끝장토론’을 유도한다. 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을 택해 미리 준비한 답변이 아닌 후보 개인의 생각을 현장에서 바로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 기자
#더민주#경선#대선#합동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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