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진한]‘고령사회 원격의료’ 정치권이 나설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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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
2009년 7월 의사 기자로 원격의료 도구를 처음 사용해 진료한 적이 있다(2009년 7월 25일자 A10면). 병원과 산간벽지 원격진료 첫 시범사업에서였다. 경찰병원에서 원격의료용 확대경을 통해 독도에 있는 환자의 입안 편도가 부은 것을 확인하고 원격청진기로 환자의 폐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렸지만 진료에 어려움은 없었다.

그 후 8년 가까이 지났다. 지난달 27일 경기 연천군 28사단 예하 일반전방초소 대대 의무실. 감기 몸살 증상으로 이곳을 찾은 군인이 이곳에서 80km 떨어진 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의 원격진료를 받았다. 센터 근무 의사가 군인의 편도 영상을 확인한 뒤 편도염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했다. 여전히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일환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원격진료는 상황이 크게 바뀐 게 없다. 굳이 따지자면 콤팩트해진 원격진료실 크기(9.9m²→4m²), 시설비용 절감(6800만 원→3500만 원), 영상 전송 시간이 빨라진 데이터 전송 속도 정도다.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원격진료를 의료영리화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의료계 역시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데 환자 중심의 의료제도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다 보니 유독 국내에서만 원격진료가 후진국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격오지에 장병을 위해 만드는 원격진료실 시범사업조차 조금만 확대하려면 아직도 의료영리화로 인식돼 번번이 예산이 막힌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번 격오지 군부대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등 3개 부처가 추진하는 범부처 사업이다. 2015년 7월부터 지금까지 총 32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올해 격오지 부대 원격의료 13곳을 추가하는 데 소요된 예산은 고작 5억 원. 하지만 복지부는 이와 관련된 예산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번번이 막혀 어쩔 수 없이 미래부 예산을 끌어 썼다. 원격의료 주무 부처가 예산이 없어 타 부처 예산을 사용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최근 의료계는 인공지능, 원격 앱 등 스마트한 헬스케어 도구의 등장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얼마 전 인천 계양구에 문을 연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의 경우 주치의가 외국에 있어도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해 이에 따른 응급 처방을 하는 등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한양대병원 부산대병원 경북대병원 등은 환자가 병원 내에 들어서는 순간 진료 예약부터 수납까지 가능한 스마트폰 앱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의료기관 내부 정보 연계(1단계)와 의료기관 간 정보 연계(2단계) 중간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의료기관을 벗어나 환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원격의료 자가 건강관리(3단계) 쪽으로 가고 있는데 말이다. 혹시 원격의료라는 말이 부담스러운 분들이 있다면 스마트의료로 이해하길 바란다.

앞으로 고령사회가 되면 어떤 형태이든지 환자와 보호자 중심의 3단계 원격의료 자가 건강관리는 꼭 필요하다. 이미 고령사회가 된 일본은 원격진료를 다 풀었을 뿐만 아니라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약을 택배로 보낸다. 보건당국은 올해 상반기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의료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진료정보교류, 의료정보화, 원격의료)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관련 정책과 산하 태스크포스 정도였던 수준이 정규 조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그래도 많이 늦은 감이 든다. 고령 시대를 대비해 이젠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 likeday@donga.com
#원격의료#고령사회#의료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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