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자본주의 경제의 위기 대안은 ‘좋은 사회’ 구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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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칼 폴라니/와카모리 미도리 지음·김영주 옮김/308쪽·1만7000원·생각의힘

“칼 폴라니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2012년 세계 각국의 리더들이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는 이 같은 말이 떠올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많은 경제계 리더들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사회철학자 칼 폴라니(1886∼1964)의 사상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폴라니의 저서 ‘거대한 전환’ 등은 전문가들이 읽기에도 어려운 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책은 일본 오사카시립대에서 정치경제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폴라니의 사상을 쉽게 풀어 설명했다.

책은 폴라니가 줄기차게 지적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불완전성을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시장경제주의자들은 시장경제가 어떤 위기에 처해 있더라도 언젠가는 극복하고, 정상 궤도로 올라서는 자기조정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정부를 포함한 외부 세력이 시장에 개입하면 할수록 조정 능력을 해친다는 것이 주류 경제학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폴라니는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평범한 시민들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경제 자체가 신격화됐다”고 일갈한다.

그렇다고 사회주의적 공산주의 역시 대안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회주의자들 역시 불완전한 ‘사회’의 기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해 신격화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 대신 폴라니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대안을 고대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좋은 사회’ 모델로부터 찾았다. 민주적인 정부에 의해 시장경제가 적절히 통제되는 시스템을 채택한 고대 그리스식 경제 체제다.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온갖 경제성장 구호가 나뒹구는 지금, ‘따뜻한 경제’를 강조한 폴라니의 외침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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