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캠퍼스의 봄… 입학하자마자 취업스펙 쌓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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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커리어 디자인 박람회 북적… 극심한 취업난에 예비 취준생 시작
“자기소개서 작성-면접방법 배우자”… 취업 동아리에 새내기 가입 급증
대학들도 진로설계 등 취업캠프 운영

“인턴에 지원하려면 영어 성적은 뭐가 필요한가요?”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다목적홀에 마련된 인턴십 상담부스 앞에 앳된 얼굴의 새내기들이 몰려들었다. 부스 앞에는 순식간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줄을 섰다. 일대일로 상담하던 멘토들은 학생이 몰리자 두세 명을 상대로 상담을 진행했다. 새내기들은 재학생이나 졸업생 선배 멘토가 설명하는 국내외 인턴십 종류와 영어 성적 및 자격증 조건, 면접 잘 보는 팁 등을 놓칠세라 수첩에 빼곡히 받아 적었다. 7, 8일 이틀간 이화여대가 신입생의 경력 관리를 위해 마련한 ‘1학년 커리어 디자인 박람회’ 현장의 모습이다. 36개 부스는 입학과 동시에 취업 계획을 세우려는 3000여 명의 새내기로 붐볐다.

○ 새내기? 예비 취준생!

요즘 대학 신입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예비 취업준비생(취준생)’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새내기들의 취업 고민은 진로 탐색 수준을 넘어 자격증과 인턴십, 어학 성적 등 고학년 취준생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열린 이화여대 커리어 박람회 현장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상담부스 중 하나가 행정고시 상담이다. 문 열자마자 2시간 만에 50여 명이 상담을 받고 돌아갈 정도였다. 행정고시 합격자로 멘토링에 나선 졸업생 오정현 씨(29)는 “시험 과목별 대비 방법과 휴학 시기 등 전반적인 고시 준비 계획을 구체적으로 꼼꼼히 묻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연간 공무원 시험 일정을 다 알고 참가한 신입생도 있었다. 김세희 씨(19·행정학과)는 “다음 달 8일에 있는 9급 검찰공무원 시험에 원서를 냈다. 바로 시험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며 “5급 교육행정직에도 관심이 있어 정보를 얻으러 박람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신입생들은 “지금부터 취업 준비를 해도 이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률 씨(19·차세대기술공학부)는 “대학 3학년인 언니가 토플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언니보다 더 빨리 공부를 시작해 어학점수와 자격증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리사시험 상담 부스를 찾은 최연우 씨(19·물리학과)는 “취업 시장이 하도 어렵다고 해서 미리 교직 이수 과정과 호주 교환학생, 학군사관후보생(ROTC) 등에 대해서도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취업 프로그램 경쟁도 치열

대학들도 새내기 대상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서강대는 지난해 1월 저학년 대상 진로캠프 ‘점프 업’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틀 동안 80명이 구체적인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수업이다. 올 1월에는 신청 접수 하루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세종대는 2015년부터 방학 때 3일간 진로캠프를 연다. 첫해 참가한 1학년은 10명 안팎이었지만 올해는 40명 넘게 참가했다. 세종대 관계자는 “고학년 대상 취업캠프나 기업 탐방, 인사 담당자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학년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3, 4학년생이 주로 활동하는 취업 동아리에도 새내기 가입이 늘고 있다. 인턴이나 취업에 필요한 프레젠테이션, 자기소개서 특강, 모의면접 등을 동아리에서 배우기 위해서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의 연합 프레젠테이션 학회인 ‘인사이트그래피’는 올해 지원자 절반가량이 1, 2학년이었다. 인사이트그래피 관계자는 “기업 면접에 나올 만한 주제를 공부하고 공모전, 프레젠테이션 실습을 할 수 있어 신입생 지원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황하람 기자
#대학#새내기#스펙#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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