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넘어선 佛 청년실업률… 1만여명 구직 행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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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청년취업박람회 가보니]
“정규직 바로 가는건 꿈도 안꿔요”… 10대들도 이력서 들고 동분서주
‘모병제 국가’ 軍 채용상담 눈길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쥘리앵(오른쪽 앉은 사람)이 7일 파리 19구에서 열린 청년 취업 박람회에 참석해 육군 취업을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로봇 기술자가 꿈이지만 취업이 너무 어려워 꼭 꿈만 고집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쥘리앵(오른쪽 앉은 사람)이 7일 파리 19구에서 열린 청년 취업 박람회에 참석해 육군 취업을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로봇 기술자가 꿈이지만 취업이 너무 어려워 꼭 꿈만 고집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앳된 얼굴의 18세 고등학생인 쥘리앵과 같은 학교 친구 아킴의 손에는 두툼한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봉투 안에는 취업을 위한 이력서가 잔뜩 들어 있다.

쥘리앵이 7일(현지 시간) 찾은 곳은 청년 취업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 19구 빌레트 대박람회장. 파리교통공단(RATP) 부스 앞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줄을 서 있던 그는 상담이 끝나고 한결 표정이 밝아졌다. “제가 제일 가고 싶은 기업이거든요. 제 꿈은 로봇 기술자예요. 마침 올해 직원을 많이 뽑을 예정이라고 해서 기뻐요.”

비영리 사회기관인 ‘고용교차로’가 파리 시와 함께 개최한 이번 박람회는 30세 미만의 사회 초년병들만을 대상으로 맞춤형으로 준비됐다.

실업률 10%인 프랑스의 청년실업률은 25%를 넘어섰다. 청년 4명 중 한 명이 실업자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하루 동안 열린 박람회에는 올해 1만3000명이 넘는 취업 준비생이 몰려들었다. 실제 부스 사이 복도를 헤집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거렸다.

쥘리앵과 아킴이 다음에 방문한 부스는 육군. 모병제 나라답게 박람회장에 제복을 입은 육군, 공군, 경찰이 부스를 차리고 학생들과 취업 상담을 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아킴은 “취업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고를 처지가 아니에요. 특히 정규직으로 바로 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기술자가 꿈이지만 군인도 괜찮아요. 아직 우리는 젊잖아요”라며 웃었다. 둘에게 직업을 구하는 데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묻자 동시에 “많은 월급”이라고 외쳤다. 둘은 오전 10시부터 점심 식사도 거르고 오후 4시까지 수십 개 부스를 다녔다.

박람회에서는 졸업생, 고등학생·대학생, 자원봉사, 장애인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맞춤형 상담이 이뤄졌다. 취업전선에 뛰어든 졸업생 외에 고등학생과 대학생도 대거 참석한 게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도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이들이 많다.

직업전문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레아(18)는 월요일과 화요일만 학교를 다니고 나머지 요일에는 미용실에서 일한다. 이번에 시험을 봐 직업전문학교 졸업증을 딴 레아의 꿈은 미용전문대학(BTS)에 진학해서 미용사가 되는 것이다. 레아는 “BTS에 가도 절반은 학교에 가고 절반은 일하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며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나에겐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람회의 첫째 목표는 채용이다. 이 때문에 주최 측은 행사 전 취업 준비생들에게 반드시 이력서를 써 오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날 박람회장에 부스를 차린 300여 개의 기업은 3600개의 채용 ‘실탄’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에만 이 행사에서 1141명이 실제 일자리를 얻었다.

취업 준비생에게 인기가 많은 곳은 역시 르노, 모노프리, 버거킹, 자라 등 유명 대기업이다. 이 부스들 앞에는 항상 상담이나 면접을 기다리는 긴 줄이 있었다. 반나절 만에 이력서 100개를 받아 든 르노 인사 책임자인 앙제 티에리는 “르노가 앞으로 3년 동안 30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인데 오늘 받은 이력서 중에서도 채용자가 나올 것”이라며 “관련 기술지식, 지원 동기, 열정을 보는데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실업률이 매우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정작 기업 입장에선 마음에 딱 드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람회장에서는 학생들의 진로 상담, 직업 교육 안내뿐 아니라 이력서 작성하는 법, 면접을 잘하는 요령 등을 강의하는 콘퍼런스도 다채롭게 열렸다. 14∼25세 직업 적성을 찾아주는 비영리 사회단체 ‘잡이를(jobirl)’의 오드레 게레로 매니저는 “어릴 때 자신의 직업 적성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적성에 맞는 꿈을 찾아주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현실감 있는 방법에 대해 개인별 상담을 해 준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고용교차로 미셸 르페브르 디렉터는 “우리는 프랑스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로 파리 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와 함께 이런 행사를 연다”며 “프랑스에서는 경험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직업 교육을 유도하고 또 필요한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청년실업#파리#청년취업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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