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버금가는 거친 입, 언론과의 전쟁 ‘행동대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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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딥포커스]‘정치 투견’ 별명 엡슈타인 특별보좌관


‘강경 보수파 루돌프 줄리아니에 버금가는 정치 투견(鬪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특별보좌관인 보리스 엡슈타인(35)에겐 이런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전직 뉴욕 시장 출신의 정치거물인 줄리아니에 비교될 정도로 거친 입담과 넘치는 자신감 덕분이다.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 주목받고 있는 정치신예 엡슈타인에 대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7일(현지 시간) 심층 기사를 실었다.

CNN 등 주류 언론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에게 입이 거친 행동대장 엡슈타인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는 주로 각종 성명 작성과 언론인 접촉 등을 담당하는데, 최근엔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이 나가지 않도록 방송사 대기실에서 정치평론가나 정부 관계자들을 닦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심복으로 불리는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할 때 바로 옆자리에 선 모습도 자주 포착된다.

괴팍하기로 정평이 난 엡슈타인은 지난해 선거 기간부터 막말을 쏟아냈다. 100회 이상 TV에 출연해 상대방을 물어뜯었다. 그는 CNN에 출연해 “힐러리 클린턴이 이슬람국가(IS) 출연의 공모자”라고 비난했고, 힐러리가 무슬림 출신 참전용사의 아버지를 무대에 불러 세운 것과 관련해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방송사에서 마주친 머리를 짧게 자르고, 헐렁한 옷을 입은 한 여성 시민운동가를 향해서는 “저 여자는 옷이 뭐 저래?”라며 공개적으로 비웃어 구설에 올랐다. 대담 프로그램에서 흑인 출신 정치컨설턴트가 “흑인이 성공하려면 어렵지 않느냐”고 질문했지만 시종일관 ‘나는 (흰) 피부색 덕분에 어려움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 인종차별주의자로 비난을 받았다.

3년 전에는 애리조나 주에서 막대기를 들고 행인과 싸움을 벌여 경범죄로 기소된 전력도 있다. 이 일로 분노조절 상담을 받은 그는 지역사회봉사를 하기로 한 뒤에야 풀려났다. 일상생활에서 호전적인 그가 정치판에서도 거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55),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정책고문(32)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유대계 이너서클 3인방’으로 꼽힌다. 1982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그는 11세 무렵 고향을 떠나 유대인 부모를 따라 미국 뉴저지로 이사했다. 어머니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아버지는 통신회사의 중역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회사 변호사 출신인 그가 백악관에 들어온 배경엔 트럼프의 차남 에릭 트럼프의 역할이 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둘은 조지타운대 동창이며 결혼식에 초대할 정도로 깊은 사이다. 에릭은 아버지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하자 8년 전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 캠프에 잠시 몸담았던 엡슈타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엡슈타인의 너무 거친 언행이 트럼프 정권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이처럼 괴팍하고 거만한 성격 탓에 워싱턴에선 ‘엡슈타인과 일하기 싫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오죽하면 그가 백악관 특별보좌관에 발탁됐을 때 스파이서 대변인 귀에 “그가 언론과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 평판이 안 좋다”는 소리가 들어갔을 정도다. 최근에는 ‘막말꾼’ 스파이서마저 그에게 “백악관에서도 그런 식으로 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았을 정도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엡슈타인#특별보좌관#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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