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열리는 대회 가지 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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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 앙갚음’ 스포츠로 불똥… 4월 양국 배구클럽전 돌연 “불참”
11일 아시안컵 산악스키도 빠져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스포츠 영역으로까지 넘어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국내 개최될 예정이던 국제배구대회가 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1일 국내에서 개막하는 국제 산악스키대회 참가도 갑자기 보이콧했다.

8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4월 22∼24일 국내(장소 미정)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한중 남자 클럽 국제배구대회’가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중국 팀의 이 대회 참가를 막았기 때문이다. KOVO 관계자는 “중국 배구 차이나 리그 측이 ‘이번 대회 참가가 힘들게 됐다’고 2일 알려왔다. ‘체육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서(국가체육총국)에서 대회 출전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KOVO가 대회 준비를 위해 6∼8일 차이나 리그 측과 중국 베이징에서 가지려고 했던 회의도 열리지 못했다. 차이나 리그 측은 이 같은 내용을 팩스나 이메일을 통한 공식 문서가 아닌 전화로 알렸다.

지난해 7월 인천에서 처음 열린 이 대회는 당초 한국과 중국, 일본의 남자 배구 리그 상위권 3개 팀이 출전하는 대회로 출발했다. 한중일 3국 클럽의 교류전을 통해 동북아시아 인터리그 창설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올해는 일본 팀이 5월 자국에서 열리는 천황컵 대회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참가를 포기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남자 리그 2위까지 모두 4개 팀이 출전하는 대회로 바뀌었다.

KOVO에 따르면 당초 차이나 리그는 남자팀뿐 아니라 양국 여자 리그 팀까지 출전시켜 대회 규모를 키우자고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불참을 통보했다. KOVO 관계자는 “중국 측이 대회 불참 의사를 구두로 알려왔지만 아직 공식 문서로 받은 것은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대회가 열리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11일부터 이틀 동안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일원에서 열리는 2017 아시안컵 산악스키대회에도 출전을 신청했다가 갑자기 불참을 선언했다. 대한산악연맹 관계자는 “6일 중국 측에서 전화를 걸어와 ‘사드 때문에 중국 정부 당국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불참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 10년 넘게 참가해 온 중국은 올해 선수 11명과 임원 2명을 파견하기로 했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중국과의 경기에 300명가량의 응원단을 전세기로 이동시킬 계획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전세기 입국을 허락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 때문에 중국전 응원단 규모는 ‘붉은악마’ 50명을 포함해 130∼140명 선으로 줄었고, 이들은 정규 노선 항공편을 타고 중국으로 갈 예정이다.

이종석 wing@donga.com·김종석 기자
#사드 보복#배구클럽전#아시안컵 산악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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