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쏜날 밤 도착한 사드… “철회는 없다” 중국에 쐐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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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시작]한미, 이르면 4월 실전운용 ‘속도전’

그래픽 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6일 늦은 밤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 정적을 깨는 ‘쿠웅’ 하는 굉음과 함께 미 공군의 C-17 수송기 1대가 어둠을 뚫고 활주로에 안착했다. 이어 수송기 뒤편의 화물칸이 열리고 미사일 발사대를 적재한 차량 2대가 천천히 지상에 내려섰다. 두 차량의 앞쪽에는 ‘OSAN AB, KOREA(한국 오산기지)’라는 표찰이 붙어 있었다. 차량들 뒤편으로 기지 관제소 벽면에 걸린 ‘WELCOME TO KOREA(한국 방문을 환영한다)’라는 커다란 문구가 선명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가 한국에 처음 반입되는 순간이었다.

① 북한 미사일 무더기 발사 당일 배치 작전 이유는?

수송기는 당일 북한이 스커드-ER 미사일의 무더기 발사 도발을 전후해 미 본토 기지에서 이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사드 장비 전개의 외부 노출을 우려해 야간에 이송 작전을 펼쳤다. 정확한 이륙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대 속도(시속 907km)와 비행 거리(1만여 km), 공중 급유시간 등을 계산할 때 북한이 스커드-ER 미사일 4발을 무더기로 쏴 주일미군기지 타격 훈련을 실시(오전 7시 34분)한 직후일 가능성도 있다. 한미 양국이 북 미사일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작전 개시 준비를 하다가 ‘최적 타이밍’을 골랐을 개연성도 있다.

② 사드 배치 완료 시점은?

이날 한국에 도착한 사드 장비는 이동식 발사대 2대와 관련 장비들이라고 군 당국은 전했다. 나머지 발사대와 탐지레이더(AN/TPY-2), 요격미사일, 교전통제소 등도 속속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사드 1개 포대는 이동식 발사대 3∼6대(발사대당 미사일 8기)로 이뤄진다. 한국에는 미국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 기지에 배치된 사드 4개 포대 가운데 1개 포대를 옮겨 온다. 이르면 이달 안에 모든 장비가 반입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사드 장비를 주한미군 모 기지로 옮겨 장비 점검과 작전 운용성 평가를 한 뒤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성주골프장)의 용지 공사가 끝나면 이동 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지 공사를 최대한 서두르면 4, 5월경 사드 포대의 실전 투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③ 배치 결정은 누가?

한미 군 당국은 사드 장비의 전개가 사전 협의를 거쳐 이뤄졌으며, 국내 정치 일정이나 한미 키리졸브(KR) 연합훈련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한미 군 당국 간에 작전 시기 논의가 이뤄졌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보고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단 시간에 사드 배치를 끝내자는 데 양측이 동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은 “사드 장비의 전개 사실을 중국에 통보하지 않았고, 통보할 일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어떤 보복 조치를 해도 사드 배치 결정은 철회되지 않을 것이라는 대중(對中)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야권 대선 주자들이 사드 배치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데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사드 문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피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④ 트럼프, 대중 압박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은 대중 압박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사드의 한국 배치 카드를 빼들고 ‘이게 싫으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단속하라’고 중국에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중국과 북한을 향해 선공(先攻) 효과를 노린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만지작거리던 무역 보복이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 경제적 옵션이 아니라 북한 문제를 첫 대중 압박 카드로 선택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부터 최근 스커드-ER의 무더기 발사까지 대북 경고 수위를 높이며 사드 배치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한 소식통은 “북-미 대화는 당분간 트럼프 사전에 없다고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백악관이 사드 포대의 한반도 추가 전개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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