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정부 “난민 300명 테러연루 수사”… 反이민 밀어붙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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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완화된 2차 행정명령 발표
입국금지 국가서 이라크 제외 “악당들이 美위협 못하게 해야”
민주당-시민단체는 강력 반발 “여전히 위헌요소 많아… 법적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새로운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월 27일 내놓은 1차 이민 규제 행정명령이 미국 연방지방법원·항소법원 등 사법부에 제동이 걸려 시행이 사실상 좌초됨에 따라 수정판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1차 명령의 골격은 유지한 채 일부 조항을 바꾸거나 조건을 완화한 게 특징이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서명 후 열흘이 지난 16일부터 발효토록 했다.

우선 입국 금지 무슬림 7개국에서 이라크를 제외했다.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연합군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라크와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다. 명령 발효 후 90일간 미국 입국이 금지되는 국가는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6개국으로 줄었다.

국토안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라크 정부가 비자 검증을 한층 강화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새로운 검증 절차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사드 알 하디티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이 조치에 대해 “미국과 이라크가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IS의 핵심 거점인 시리아의 경우 1차 명령에서는 모든 국민이 무기한 입국 금지 대상이었지만 이번 명령에선 다른 금지국과 마찬가지로 여행객은 90일, 난민은 120일간 입국이 금지된다. 무슬림 6개국 국적자라도 이미 미국 비자를 갖고 있거나 영주권자인 경우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1차 행정명령 당시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혼선이 있었던 대목을 정리한 것이다.

트럼프가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국무, 법무,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워싱턴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이번 조치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우리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필수 조치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정명령을 토대로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그의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악당(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인들의 목숨을 앗기 위해 우리 이민 시스템을 악용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며 “이번 행정명령은 6개국 출신의 새 입국 희망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 행정명령과 함께 연방수사국(FBI)을 통해 약 300명의 난민을 테러 연루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CNN은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해 수정 행정명령의 필요성을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민단체와 민주당 및 일부 주 정부는 이번 행정명령도 위헌적 요소가 많다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혀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도 원안 행정명령을 다소 축소된 버전으로 대체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무슬림계인 민주당 안드레 카슨 하원의원은 논평을 내고 “수정 명령은 첫 행정명령의 반복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제 ‘무슬림 입국 금지 2.0’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1차 이민 규제 행정명령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소송을 냈던 워싱턴 주의 밥 퍼거슨 법무장관은 이번 주 중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버지니아 주의 마크 헤링 법무장관도 “(수정명령은)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세계에 끔찍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난민#테러연루#조사#미국#반이민#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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