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 불안감’ 독자적 核우산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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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의 핵무기 통제권 포기가 관건… 통합지휘부 창설 승인… 軍통합 순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를 맞아 유럽연합(EU) 내부에서 자체 핵 억제력을 보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 폴란드 등 일부 EU 국가에서는 미국의 핵우산 대신 프랑스 핵무기를 EU가 공동 활용하는 ‘EU 핵무기 프로그램’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EU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친러시아 행보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홀대에 대응해 자체 핵 억제력을 보유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미국이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 주요 동맹국에 핵탄두 수십 개를 배치해 제공하는 핵우산이 없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트럼프 시대에 미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지면 EU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자체 핵 억제력 보유의 주요 근거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여파로 반핵 정서가 강한 독일에서도 EU 핵무기 프로그램이 공론화되고 있다. 로데리히 키제베터 기독민주당 외교정책 분야 대변인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프랑스 핵무기를 EU 전체를 위한 핵무기로 삼고 독일이 핵 프로그램 운영 자금을 대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핵무기 최종 사용 결정권은 창설 논의 중인 EU 연합사령부가 갖고, EU 국가 곳곳에 프랑스 핵무기를 배치하자는 것이다.

EU의 자체 핵 억제력 보유가 현실화되려면 숱한 장벽을 넘어야 해 당장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일단 프랑스가 자국의 무기와 최종 통제권을 EU에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자체 핵우산 논의가 확산되면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미국이 유럽에서 아예 발을 빼게 할 명분을 제공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EU는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영외 지역의 비(非)전투 군사 활동을 총괄하는 통합지휘부(MPCC) 창설을 승인하며 EU 통합군 수립에 한걸음 다가섰다. 그동안 EU 군사 통합을 반대해온 영국이 EU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프랑스 독일 주도로 군사 통합 논의가 한층 진전되고 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핵#트럼프#미국#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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