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봄을 부르는 슈베르트 가곡 ‘봄의 믿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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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울란트
루트비히 울란트
주말 내내 바람이 포근했습니다. 이제 봄이 온 것일까요? 새로운 주가 열리자마자 찬 아침 바람이 옷깃을 다시 여미게 만드는군요.

되돌아보면 어느 해 3월이나 반짝 따뜻함과 반짝 추위가 반복되며 마음을 조급하게 했습니다. 봄이 세 발짝쯤 다가왔다가 다시 두 발짝 뒤로 물러나고…. 오는 계절은 조급할 게 없죠. 기다리는 사람이 조바심 날 뿐이죠. 분명한 것은, 오다 말다 하는 것처럼 보이는 봄이 결국 오지 않은 해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계절에 집어 들게 되는 음반이 슈베르트의 가곡 ‘봄의 믿음(Fr¨uhlingsglaube)’입니다. ‘봄의 신앙’이라고 번역되기도 하지만, 종교적 신앙이 아니라 결국 봄은 오고 말리라는 믿음을 표현한 것이니 ‘봄의 믿음’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당하겠군요. 독일 낭만주의 시인이자 문학사가, 언어학자인 루트비히 울란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눈을 떠서/밤낮으로 살랑이며 불어온다/만물에 끝맺음을 짓는다/오 신선한 향기, 새로운 소리!/이제 가련한 마음이여, 불안해하지 말아라/이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날마다 세상은 더 아름다울 것이다…’

이 노래에는 유난히 ‘미래’와 ‘확신’을 강조하는 조동사(助動詞)들이 눈에 뜨입니다. 모든 것은 새로워질 것임에 틀림없고(muss), 모든 것이 새로워질 것이며(wird) 꽃의 피어남은 끝이 없을 것(will)입니다. 시인의 눈으로 보아도 아직 오지는 않은 일이지만, 의심할 필요 또한 없습니다.

매년 반복되어 온 일이자 매해 거듭해 경험했던 환희이고, 이 세상이 끝나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 일이니까요.

슈베르트는 이 아름다운 시에 달콤하면서도 엄숙한 기운이 묻어나는 멋진 선율을 붙였습니다. 가련한 마음을 표현할 때 살짝 어두운 단조로 바뀌었다가 다시 피어나는 봄을 노래할 때는 계절에 대한 이 ‘믿음’이 일종의 종교적인 신앙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전처럼 ‘봄의 신앙’으로 불러도 괜찮은 것일까요? 노래 마지막에 확인하듯 되풀이되는 가사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봅니다. ‘이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슈베르트 가곡#루트비히 울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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