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외친 시진핑, 되레 경제보복’ 논리로 맞대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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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무차별 사드 보복]외교 전문가 조언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계약 체결에 대한 중국의 전방위 경제보복으로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관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의 실제 배치, 한국 대선 결과 등 변수에 따라 6월 말까지 최소 3개월간 경제 외교 군사 분야로 보복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중국은 왜?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 배치를 미중 간 힘겨루기 차원에서 대(對)중국 봉쇄의 한 축으로 보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저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사드 배치를 미국이 동북아지역에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구축하는 2단계의 첫 단추로 본다”고 말했다. 1단계는 대만과 일본에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한 것이고 2단계는 한반도에 요격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요구가 거절당했다고 보고 이것이 올해 10월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권력을 강화 중인 시 주석의 체면을 구겼다는 인식이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한국 방문 당시와 지난해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사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드 보복에 국내 정치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만큼 외교적 유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 앞으로 중국의 움직임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사드 실제 배치 전까지는 국민 정서를 앞세워 한국 기업 등에 대한 제재를 묵인하는 방식으로 한국 여론을 흔들 것이라고 봤다. 사드 배치 이후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 경제 외교 군사적 압박을 전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확산을 방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법을 위반했다는 구실로 ‘제2의 롯데’를 찾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조사하거나 제재하는, 준법투쟁 방식의 준법제재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통상 제재 역시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규정을 명시적으로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교묘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에 맞서 자유무역 대변자로 나선 만큼 WTO 규정 위배는 중국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비관세 장벽을 높이거나 지식재산권·상표권 침해를 묵인하는 방식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중 간 합의한 통화스와프를 중단할 수도 있다.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사드 배치 이후에는 주한 중국대사 소환 등 외교 단절 조치뿐 아니라 군사적 압박까지 공식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 대책은?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 문제를 ‘강 대 강’의 치킨게임처럼 만드는 현재의 한중 양자 구도만으로 해결할 단계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의 또 다른 당사자인 미국도 나서 한중 관계와 미중 관계 차원에서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 때문에 사드 배치 결정이 나온 만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중 협의 채널이 가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은 한국이 국내 정치적 의도로 사드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여기고, 한국은 중국이 일방적 강요를 한다고 여겨 협상 공간이 매우 작다”며 “한중-미중 간 전략적 협의를 ‘투트랙’으로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을 우리만 직접 상대하기가 어려워졌다. 미국을 통한 중국 압박도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에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한국 정부가 중국의 사드 제재가 WTO 자유무역 정신을 위배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체면과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실질적 제재보다는 상징적 조치 위주로 보복하면서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흔들 정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한국 경제에 타격이 크지 않은 부분까지 사태를 과장해서는 안 되며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주성하 기자
#자유무역#시진핑#경제보복#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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