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보안 헌재, ‘대통령 중대 위법’ 여부 난상토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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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평의 열고 쟁점 본격 조율

헌법재판소는 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종결 후 두 번째 평의를 열어 결정문 작성과 선고를 앞두고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쟁점을 추리는 작업을 했다. 탄핵심판 준비기일을 포함해 총 20차례에 걸친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만큼 박 대통령 파면 여부 결정을 위해 법리 검토를 시작한 것이다.

○ ‘철통보안’ 속 ‘난상토론’

재판관 8명의 비공개 회의인 평의가 열리는 동안 재판관들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철통 보안’을 유지한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이 진행을 주도한 변론과 달리, 평의에서는 각 재판관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다. 쟁점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탄핵을 인용할지, 기각할지 속내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한 전직 재판관은 “헌법소원 평의를 할 때 마치 위헌인 것처럼 얘기하던 동료 재판관이 실제 표결에선 합헌 결론을 내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했던 한 전직 재판관은 “후배 재판관들의 판단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줘선 안 된다”며 본보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이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13일 이전인 10일경 탄핵심판 선고가 유력한 점을 감안하면, 재판관 평의는 앞으로 많으면 6차례 더 열릴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평일 오전에 평의를 열 계획이지만 재판관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비공식 논의는 수시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2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평의를 하며 ‘박 대통령이 파면을 당할 정도로 중대한 위법행위를 했는지’를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놓고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앞서 변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법률 및 헌법 위반의 정도가 광범위하고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질 정도의 경미한 잘못일 뿐 뇌물수수 등 중대한 법 위반은 없다”며 맞섰다. 이 때문에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입건한 일이 헌재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 국회·박 대통령 측, 헌재 설득 막판 노력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변론 종결 후에도 단 한 명의 재판관이라도 더 설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추가서면을 내고 있다. 탄핵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이 대기업들에 출연을 요구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은, 이명박 정부의 ‘미소금융재단’이나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기업별 공익재단들과 달리 법적 근거나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 대통령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처럼 정부가 대기업들에 공익재단을 만들도록 한 사례는 과거 역대 정권에도 많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 측은 지난달 27일 최종변론 때 헌법재판관 출신인 이동흡 변호사가 박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대독한 것을 두고 ‘자중지란(自中之亂)’의 양상을 보였다. 박 대통령 측 조원룡 변호사는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서 연사로 나서 “(박 대통령의 최종 의견서는) 원래 김평우 변호사가 대독하라고 박 대통령이 지시하셨는데 날치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정상적으로 이뤄진 대통령 최후진술이 아니므로 헌재에 변론 재개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이동흡 변호사의 대독은 청와대와 협의한 사항”이라며 조 변호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신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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