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게임용 벗어나 산업현장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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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서 다양한 활용도 주목


“방 안을 날아다니는 기분이네요.”

가상현실(VR) 체험 기기인 고글을 쓰자 아파트 본보기집 내부가 펼쳐졌다. 서울시내 150m²(약 45평) 규모 아파트의 실제 거주 공간이 고스란히 가상공간으로 옮겨졌다. 조이스틱을 조작하자 방과 방을 넘나들면서 시선이 이동했다. 방을 옮겨 가며 벽지부터 베란다 밖 조망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안방을 수시로 드나들었지만 눈총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의 부동산 공간 스캐닝 업체 앳카르타 사무실. VR 영상을 체험하는 기자에게 이 회사 김수종 대표는 “기존 VR 영상은 제자리에서 고개를 돌려 가며 주변만 180도로 살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공간 안에서 이동하면서 둘러볼 수 있게 된 점이 새로운 변화”라고 설명했다. 앳카르타는 올해부터 미국 유수의 부동산 업체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 진화하는 VR 기술

지금까진 주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활용되던 VR 기술의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 부동산을 비롯해 관광 상품, 의료기기, 교육 교재 등으로 VR 기술이 접목되는 영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자동화 소프트웨어 제작 업체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정유화학 공장이나 발전소 등의 실제 플랜트 환경을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로 옮겨 놓았다. 이 회사가 플랜트 교육생을 대상으로 내놓은 ‘심싸이 아이심’라는 VR 조작 프로그램을 통해 예비 플랜트 근무자들은 자신이 운영하게 될 공장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예비 근무자들은 VR 기기를 착용하고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구조를 익히고 기기도 가상 공간에서 조작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관계자는 “어떻게 플랜트를 운영해야 효율적인지 미리 학습하고, 문제점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엔지니어와 오퍼레이터들이 환영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예비 근무자는 플랜트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기름이 유출될 경우 등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도 가상공간에서 훈련할 수 있다. 이런 위험 상황은 실제 환경에서 훈련하기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도 진화한 VR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업체인 SK텔레콤이 360 VR 생방송 서비스 ‘360 Live VR’를 선보였고, KT가 스포츠 생중계, 음악 전문 VR 서비스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향후 VR 산업은 관련 기기 보급도 차츰 늘어나고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산업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VR산업협회는 국내 VR 시장 규모가 지난해 1조3735억 원에서 2020년 5조7271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킬러 콘텐츠 확보해야”

이처럼 VR 기술은 다방면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여 주목받지만 여전히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VR 콘텐츠는 일반 콘텐츠에 비해 제작비가 2배 이상 더 드는 데다가,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등의 기술적 한계도 남아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2021년 VR 시장 규모가 250억 달러(약 29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 업체가 2015년 4월 보고서에서 내놓은 전망치인 300억 달러(약 34조 원)와 비교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것이다. 콘텐츠 확보 문제와 기술적 한계 극복 문제를 반영한 예측 결과다.

이런 부정적인 전망에 대해 VR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술 완성도가 차츰 높아지고 있어 두통 등의 문제 등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VR를 활용하는 산업 영역도 커지고 올해부터 VR를 활용한 구체적인 사업 모델이 나오면 기술 적용과 접목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vr#산업#m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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