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너무 덜 자도, 더 자도 정신건강에 해롭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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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 직장인 20만명 조사

“김 과장은 역시 아침형 인간이야.”

오늘도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사무실에 나온 중견기업 과장 김모 씨(34)는 상사의 칭찬이 달갑지 않다. 두 달 전 부서를 옮기고 새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지 긴장한 탓에 오전 4시부터 눈이 말똥말똥하게 떠지곤 했던 게 이젠 습관이 됐다. 김 씨는 “전날 피곤해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가슴이 쿵쾅거리며 눈이 떠진 뒤 다시 잠들지 못한다”며 하소연했다.

장거리 출퇴근, 잦은 야근, 끝난 뒤엔 영어·자격증 학원…. 많은 직장인은 ‘충분한 잠’을 먼 나라 이야기로 여긴다. 많은 이들이 적게 자고 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만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 효율까지 낮아진다는 게 수면학계의 정설이다. 최근엔 수면 시간이 너무 짧거나 길면 우울과 불안, 자살 생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가 2014년 건강검진을 받은 20∼40대 직장인 20만4629명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을 4∼10시간으로 나눈 뒤 직무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4시간도 자지 않은 그룹의 우울, 불안, 자살 생각 비율은 각각 16%, 9.1%, 12.7%로 나타났다. 6명 중 1명은 평소 우울감을 느끼고 8명 중 1명은 자살에 대해 생각한다는 뜻이다. 반면 7시간 잔 그룹은 이 비율이 4.3%, 2%, 5%로 훨씬 낮았다.

특이한 점은 잠을 7시간보다 더 오래 잔 그룹의 정신건강도 악화된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잔 그룹의 자살 생각 비율은 7시간 잔 그룹의 1.3배 정도였다. 이는 잠을 자는 시간이 7시간에서 멀어질수록 더 심했다.

최근 직장인들의 ‘꿀잠’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스마트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알람 기능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지만 어느새 정신을 차려 보면 온라인 뉴스, 게시판, 게임을 하다가 자정을 넘기는 일이 흔하기 때문. 이 경우 스마트폰은 거실에 두고 알람은 탁상시계를 이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꿀잠을 위해선 밤중에 스마트폰을 쓸 일이 생기더라도 ‘꼭 거실에서만 사용한 뒤 맨손으로 침실로 돌아온다’는 원칙을 지킨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등 신체 질환이 불면증의 주범일 때도 있다. 콧구멍에서 시작돼 목 안쪽까지 이어지는 ‘상기도’가 좁아지거나 주변 근육이 약해져 산소가 몸속으로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경우다. 숨을 쉬기 위해 자주 뒤척이거나 중간에 깨어나기 때문에 제대로 잠을 청하기 어렵다. 증상이 심하면 심폐 기능이 떨어져 호흡부전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수면 다원검사로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게 좋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직장인들이 적정한 수면 시간을 보장받으면 우울증과 불안장애, 심지어 자살 위험까지 감소하기 때문에 이를 장려하는 기업의 경쟁력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수면무호흡증#꿀잠#수면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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