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셀카는 좋지만, 남의 셀카는 싫어”… 이 심리는 뭐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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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구진이 밝힌 ‘셀카 패러독스’

한 여성이 조명 좋은 여의도의 어느 카페에서 커피를 소품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한 여성이 조명 좋은 여의도의 어느 카페에서 커피를 소품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유난히 날이 좋은 날, 화장이 잘 먹은 날, 미용실에 다녀온 날, 입은 옷이 마음에 드는 날, 특히 조명이 좋은 곳에선 어김없이 셀카(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찍는 일, 영어로는 ‘셀피’)를 위해 카메라를 든다. 잘 꾸며진 내 모습을 사진으로라도 기억하고 싶어서다.

그중 잘 나온 사진은 혼자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근황을 알린다는 명분으로 각종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그러고는 은근히 다른 사람의 반응을 기다린다.

○ 내 사진은 괜찮지만, 당신 사진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 셀카에 얼마나 관심을 보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심은커녕 ‘보기 싫다’에 가깝다. 자라 디펜바흐 독일 뮌헨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셀카를 찍지만, 다른 사람들의 셀카에는 관심 없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을 ‘셀카 패러독스(The Selfie Paradox)’라 불렀다. 이 논문은 ‘심리학 프런티어(Frontiers in Psychology)’ 1월 17일자에 실렸다.

패러독스란 원래 그리스어로, ‘반대’를 뜻하는 ‘para’와 ‘상식적 견해’를 뜻하는 ‘dox’가 합쳐진 말이다. 논리나 말 자체에 모순이 있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연구팀은 자신은 셀카를 즐기지만 타인의 셀카는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꼬집어 패러독스라는 말로 표현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는 이런 이중성에 대해 “사람들은 자신의 셀카를 보며 자기 나름대로 진실한 ‘이유’를 인정하는 반면, 다른 사람의 셀카는 그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함’과 같은 추상적인 이유로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셀카 의도성 분명할수록 거부감 커져

연구팀은 오스트리아와 독일, 스위스 사람 238명을 대상으로 셀카를 찍는 빈도와 이유, 내적 동기, 다른 사람의 셀카를 볼 때의 반응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실험 대상자의 약 77%는 일정한 주기로 셀카를 찍고, 이 중 약 82%가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렸다.

연구팀은 셀카를 ‘자기 홍보형’ ‘자기 노출형’ ‘절제형’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자기 홍보형 셀카는 전략적으로 약간 과장된 상황을 연출해 슬쩍 자기 자랑을 하는 사진, 자기 노출형 셀카는 진솔한 일상을 보여 공감을 유발하는 사진, 절제형 셀카는 자기 자신을 살짝 비하하면서 동정심을 유발하는 사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사 대상자의 약 65%는 타인의 셀카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고, 그중에서도 자기 자랑과 같은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사진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특히 이 중 82%의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사람의 셀카가 아닌 다른 유형의 사진을 보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 특히 셀카를 올린 의도성이 분명할수록 사진을 보는 사람은 더 큰 거부감을 느꼈다. 의도가 자기 자랑이든, 일상적인 공감이든, 동정심을 유발하는 자기 비하이든 상관없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디펜바흐 교수는 “셀카를 통해 본인이 전달하고 싶은 내적 진정성이나 일상에서 느낀 소소한 감정은 보는 사람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며 “도리어 셀카를 자주 찍는 사람은 자기애가 강한 사람으로 간주돼 주변 사람이 거리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 인기 셀카 비결은…재밌거나 자연스럽거나!

그럼에도 셀카에 ‘좋아요’를 더 많이 받길 원한다면 누구에게나 웃음을 줄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올리거나, 보는 사람에게 명백한 메시지를 전하는 의도성 짙은 사진은 피하는 게 좋다고 연구팀은 제안한다. 자연스러우면서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가 남는 애매한 사진이 더 낫다는 얘기다.

물론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즐긴다면 문제없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셀카를 올리며 스스로 만족한다면 충분하다”며 “셀카를 좋아하는 ‘셀카족’이라면 다른 사람이 올린 셀카도 ‘예쁘게’ 봐주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염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inny@donga.com
#셀카 패러독스#the selfie paradox#자기 홍보형#자기 노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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