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유작-하루키 신작 온다… 설레는 서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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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께 동서양 작가 번역본 대결

《 지난해 2월 19일 84세로 별세한 이탈리아의 철학자 겸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제0호’(가제·Numero Zero)가 이르면 다음 달 국내에 번역 출간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 일본에서 발매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8)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騎士團長殺し)’도 여름쯤 번역돼 나올 예정이어서 동서양 스타 작가의 국내 서점가 ‘소설 빅뱅’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움베르토 에코가 유작이 된 장편소설 ‘제0호(Numero Zero)’를 발표한 직후인 2015년 2월 이탈리아 TV에 출연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출처 italy24.ilsole24ore.com
움베르토 에코가 유작이 된 장편소설 ‘제0호(Numero Zero)’를 발표한 직후인 2015년 2월 이탈리아 TV에 출연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출처 italy24.ilsole24ore.com
에코 유작 ‘제0호’ 이탈리아어판.
에코 유작 ‘제0호’ 이탈리아어판.
에코가 암 투병 중이던 2015년 1월 펴낸 마지막 장편소설 ‘제0호’는 1990년대 중반 밀라노를 배경으로 새로운 신문을 만들고자 모인 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신문을 창간하겠다”는 미디어 재벌의 거짓말에 속아 정치인과 경제계 거물들의 스캔들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의 사망에 숨겨진 비밀에 다가간다는 내용.

국내 판권은 열린책들이 2년 전 이탈리아어판 출간 즈음 확보했다. 이 출판사는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등 에코의 책 40여 종을 번역해 펴냈다. 열린책들 관계자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무난히 계약이 진행되리라 생각했는데 ‘에코의 마지막 소설이 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돌아서인지 경쟁이 치열했다. 계획보다 훨씬 높은 금액의 선인세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에코를 좋아하는 독자들의 관심은 한국어판 발간이 늦춰지는 까닭에 쏠려 있다.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번역본이 나왔지만 유독 한국어판은 작가 사망 1주기가 지나도록 공개되지 않았다.

이탈리아어 원본을 번역 중인 이세욱 씨는 “에코는 말년에 불확정성 시대의 대중을 호도하는 미디어 권력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진력했다”며 “유작에도 자연히 그런 의지가 담겼는데 일본어판 등은 문장 뒤에 작가가 숨겨둔 뜻을 짚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번역을 거의 완료한 원고에 역자 각주를 보강하는 대로 출간할 계획이다.

고희를 앞둔 스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 초판이 24일 일본에서 발매됐다. 국내 출판사의 치열한 판권 경쟁으로 선인세가 1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DB
고희를 앞둔 스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 초판이 24일 일본에서 발매됐다. 국내 출판사의 치열한 판권 경쟁으로 선인세가 1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DB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일본어판.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일본어판.
하루키가 4년 만에 발표한 새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는 오늘 일본에서 1, 2권 합쳐 초판 130만 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0년 ‘1Q84’ 3권, 2013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각각 초판 50만 부로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하루키의 신작에 거는 일본 팬과 출판계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지난주 이미 예약 판매만 50만 부를 돌파했다.

출판사 신초샤(新潮社)는 작품 타이틀과 각 권의 부제(‘드러나는 이데아’, ‘변화하는 메타포’) 외에는 출간 전 정보를 철저히 감춰 궁금증을 부채질하는 전략을 썼다. 장검 그림이 박힌 표지 이미지도 발매 하루 전인 23일 서점 광고판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하루키 팬들의 인터넷 카페에서는 ‘미스터리 판타지 성향이 강한 작품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도쿄의 한 서점이 24일 0시부터 6시까지 ‘누구보다 빨리 하루키의 신작을 서점에서 밤새워 읽는 모임’을 여는 등 마케팅 이벤트도 다양하게 진행됐다.

국내 출판사들은 일찌감치 선인세 경쟁에 들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사 대표는 “거의 모든 국내 출판사가 응찰에 나설 거다. 액수가 낮아도 마케팅 계획서를 꼼꼼히 만들어 제출한 회사가 계약을 따낸 전례가 있긴 하지만 10억 원은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움베르토 에코#제0호(numero zero)#무라카미 하루키#기사단장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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