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선율-편곡, 울림없이 미지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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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지 그림자: 심연’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2015년)는 사운드트랙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첫 곡으로 택한 제이 호킨스의 무시무시한 집착 블루스 ‘I Put a Spell on You’부터 적절했다. 그것도 애니 레넉스(유리드믹스)의 흥미로운 재해석으로 담았으니. 위험한 관능의 분위기는 위켄드의 ‘Earned It’이 퍼즐의 다음 조각처럼 이어받았다. 헬리콥터 장면에서 흐른 ‘Love Me Like You Do’(엘리 골딩)의 타격감은 가히 2010년대의 ‘Take My Breath Away’(영화 ‘탑건’ 수록곡)라 부를 만했다.

그 앨범의 매력은 어둡고 서늘하며 끈적한 청각적 풍경을 유지한 것이었다. 마치 무채색 정장 안에 숨은 근육과 땀의 정글처럼. 롤링스톤스, 비욘세, 프랭크 시내트라의 곡을 담은 점도 박수 받을 만했다.

테일러 스위프트, 존 레전드, 시아, 커린 베일리 레이, 토브 로, 닉 조너스와 니키 미나즈…. 최근 개봉한 속편 ‘50가지 그림자: 심연’의 사운드트랙(10일 발매·유니버설뮤직코리아)은 참여 가수의 진용만 화려하다. 내용이 전작에 못 미치니 더 아쉽다.

첫 곡에 전진 배치된 ‘I Don‘t Wanna Live Forever’부터 상업적 조급증만 보여준다. 제인(전 ‘원 디렉션’)과 스위프트의 듀엣 신곡이라는 점이 부른 기대에 비하면 선율과 편곡 모두 단조롭다. 이후로도 음반은 은은하다. 은은하되 은은함의 정지선 바깥에만 자꾸 멈춰 선다. 제목엔 ‘심연’이 붙었지만 음험한 도사림 없이 그저 미지근한 우물 같다. 홀지(Halsey)의 ‘Not Afraid Anymore’, 더-드림의 ‘Code Blue’만이 조용히 빛난다. ♥♥♡(5.2/10)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i don‘t wanna live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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