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 맨손에 독액 묻혀 김정남 얼굴 문질러”… 치밀-정교하게 준비된 신종독극물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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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경찰 “여러차례 예행연습… 독인줄 알고 범행후 바로 손 씻어”

‘여성 용의자들이 독극물을 맨손으로 발랐다’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발표로 김정남을 죽게 만든 독극물의 정체는 더욱 미궁에 빠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 독극물을 염두에 두면서도 과연 맨손으로 처치가 가능한 물질 가운데 그런 맹독성 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칼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티흐엉(29),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시티 아이샤(25)의 범행 수법에 대해 처음으로 자세히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김정남에게 다가가기 전 두 여성은 북한 남성 용의자 4명으로부터 독극물 액(liquid)을 전달받았고, 이것을 손에 묻힌 채 김정남에게 다가가 차례로 얼굴에 문질렀다. 아부 바카르 청장은 ‘리얼리티쇼 촬영을 위한 장난으로 알고 범행에 가담했다’는 여성 용의자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이들이 범행 직후 두 손을 몸에서 떨어뜨린 채 곧바로 화장실로 가 손을 씻은 점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독극물 액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의 이 발표가 맞다면 김정남이 테러를 당한 직후 공항 경비에게 다가가 사정을 설명하며 양손으로 눈을 문지르는 듯한 동작을 한 것도 설명이 된다. 두 여성이 눈 주변을 문지르고 갔다고 묘사한 것이다.

문제는 당초 두 여성이 장갑을 낀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그들이 ‘맨손(bare hands)’이었다고 경찰이 밝힌 부분이다. 이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장을 지낸 정희선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은 “잠깐의 접촉만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맹독성 물질인데, 아무리 씻어냈다고 해도 가해 여성들이 아무렇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의 발표에 착오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밝힌 수법대로라면 기존에 거론됐던 독극물들 다수가 후보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신경독 가운데 보툴리눔톡신이나 테트로도톡신 같은 생물독(생물로부터 유래된 독)은 분자량이 크고 구조식이 복잡하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의 황승율 박사는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큰 물질은 피부를 통한 흡수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잠깐의 접촉으로 치사량을 흡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신종 독극물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과연 어떤 종류의 독극물이 경찰이 말한 수법대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아부 바카르 청장이 ‘용의자 여성들이 범행 전 몇 차례 연습을 실시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힌 만큼 김정남 암살을 위해 정교하게 준비된 독극물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수연 기자
#독극물#김정남#암살#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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