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바고 vs 인간 특선보… 절정의 균형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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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석 9단 ● 알파고 9단
2국 6보(69∼79)

쉴 틈 없는 초읽기 와중에서도 김지석 9단은 의아함을 느낀다. 행마에 어긋남이 없었는데 주도권이 계속 흑에게 넘어가 있으니 말이다. 그만큼 흑이 완벽하게 두고 있다는 뜻일까. 커제, 박정환 9단을 연파한 실력자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답답할 줄 몰랐다.

흑 69같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점이 흑에게 유리한 흐름이라는 걸 보여준다. 하변 백이 곤마로 몰릴 수 있는 상황. 김 9단은 여기서 결단을 내린다. 하변 보강 대신 백 70으로 실리를 차지하며 버티는 것.

흑 71로 참고도 1, 3으로 두면 하변 백은 미생이다. 하지만 백 4로 터져 나오면 이 공격을 통해 흑이 과연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알파고는 손에 쥘 수 없는 미래의 큰 이득보단 작지만 확실한 현재의 이득을 좋아한다. 그래서 흑 71로 중앙을 봉쇄하고 하변을 살려주는 길을 택한다. 이걸로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흑 75, 77의 선수는 우변 백을 삭감하면서 중앙 흑의 두터움을 배가하는 효과가 있다. 이어 흑 79로 반상에서 실리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한다. 알파고는 두터움과 실리를 골고루 확보하며 절정의 균형감을 보이고 있다.

김 9단은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다. 어떻게 알파고의 완벽함에 균열을 낼 것인가.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알파고#김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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