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감탄”…연극 연습실이야 체육관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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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유도소년’ 연습 현장

“야합~!”

쩌렁쩌렁한 기합 소리와 함께 매트 위에서 유도복을 입은 남자 배우 두 명이 두 팔로 공격하다 뒤엉켰다. 서정주 액션 감독이 “너무 빨라! 대사 하듯이 동작 하나하나가 완전히 몸에 박혀야 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쪽에서는 권투 장갑을 끼고 “퍼퍼벅” 소리를 내며 복싱 미트를 날렵하게 치는가 하면 배드민턴 라켓으로 셔틀콕을 내리치는 동작을 끝없이 반복하는 이도 있었다.

15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동숭길에 자리한 연극 ‘유도소년’ 연습실은 체육관 같았다. 여기저기에서 “헉, 헉” 소리가 들렸다. 복싱 선수 민욱 역을 맡은 이현욱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다음달 4일 막이 오르는 ‘유도소년’은 전북체고 유도선수 박경찬이 1997년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과정을 풋풋하고 뜨겁게 그린 작품이다. 2014년 초연됐고 이듬해 재공연됐다. 화제 속에 티켓은 매진됐고 당시 박해수, 박훈이 열연해 호평을 받았다. 세 번째인 이번 공연에는 유도 선수 태구 역을 맡은 신창주를 제외하고 모두 새 멤버다. 연습 시작 전 배우들은 두 달 동안 유도, 복싱, 배드민턴 등 역할에 맞춰 개인 레슨을 받았다.

‘유도소년’은 전북체고 유도선수였던 박경찬 작가가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재준 연출가와 함께 썼다. 이날 박 작가는 “하체부터 들어올려야 해”라며 배우들의 동작을 일일이 바로 잡아주고 있었다.

이 연출가는 “운동하는 장면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며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연기 연습을 한 후 오후 7시부터 10시 넘어까지 액션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출가의 책상에는 ‘유도의 입문’ 책이 놓여져 있었다. 배우들은 줄넘기 500개는 단숨에 할 정도란다. 초연, 재연 때 전기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비롯해 유도 국가대표 출신들이 관람했는데 “진짜 선수들 같아서 놀랐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배우들의 손목과 발목에는 온통 근육 테이프와 붕대가 감겨 있었다. 복싱 선수 민욱 역을 맡은 신성민(32)은 “다른 작품에 비해 2, 3배 이상 힘들다. ‘유도소년’은 35세가 넘으면 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말인지 실감하고 있다”며 웃었다. 경찬 역을 맡은 박정복(34)은 “밥은 하루 한 끼만 먹고 에너지바와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며 몸을 만들고 있다. 땀 흘린 걸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현욱(32)은 “5㎏이 빠졌는데 더 빼야 한다. 치기 어렸던 학창 시절과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이 생각나, 고되지만 재미있어서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짧은 인터뷰가 끝나고 다시 연습이 시작됐다. 시계 바늘은 밤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박정복은 목 조르기를 당하면서도 “내가 끝났다고 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랑께!”라는 대사를 외쳤다. 이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한겨울밤 연습실의 공기는 한층 더 후끈해졌다. 3월 4일~5월 14일, 서울 수현재씨어터, 4만4000원, 02-744-4331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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