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쇼트트랙, 10년도 넘은 국산 스케이트를 아직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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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 지원 맞춤 브랜드 “발에 맞지 않아도 대물려 쓰는 듯”

북한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이 19일 겨울아시아경기가 열리고 있는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빙상장에서 한국산 스케이트를 신고 있다. 삿포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북한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이 19일 겨울아시아경기가 열리고 있는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빙상장에서 한국산 스케이트를 신고 있다. 삿포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어라. (한)국산이네.”

삿포로 겨울 아시아경기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아이스링크에서 18일 북한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던 한국 대표팀 관계자가 한 말이다. 북한 남자 선수 일부가 신고 있던 스케이트 구두에는 ‘BEST FEEL’이라는 브랜드가 적혀 있었다. 나머지는 중국산 제품을 신었다.

‘BEST FEEL’은 국내 SD(삼덕)스포츠의 수제 스케이트 구두 브랜드다. 이 회사 유오상 대표는 40여 년간 스케이트 구두를 제작했다.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빅토르 안(안현수)을 비롯해 여자 쇼트트랙 ‘쌍두마차’인 심석희와 최민정, 현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고참 이정수 등이 단골 고객이었다고 한다.

관계자들은 10여 년 전에 북한으로 들어간 제품을 선수들이 대물림해서 쓰고 있을 거라고 했다. 스케이트 날은 교체되었을 수 있지만 발을 싸고 있는 구두는 옛것 그대로라는 얘기다.



유 대표는 “해당 구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정부가 남북 교류 차원에서 북한에 보낸 공산품들에 포함됐던 것이다”며 “10여 년이 지난 제품인데 지금도 착용하고 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기성복처럼 대량 생산하는 게 아니고 선수가 주문한 수만큼만 제작되기 때문에 북한 선수들이 외국에서 별도로 구입할 수는 없는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당시 15켤레 정도를 사이즈별로 나눠 보냈지만 지금 선수들에게는 자기 발 모양과도 맞지 않고 남의 신발을 빌려 신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도 옛 구두를 착용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보통 선수들은 발 형태와 복숭아뼈 본을 떠 맞춤형 구두를 제작한다. 반대로 북한 선수들은 구두에 발을 맞춘 셈이다. 그래도 북한 선수들은 구두를 소중히 다루며 훈련에 열중했다.
 
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북한 쇼트트랙 대표 선수#한국산 스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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