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기 직전 5분 만에 수면장애 예측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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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연구팀, 예측모델 개발

이유진 교수
이유진 교수
수면 장애는 대표적인 현대인의 병이다. 먹고 살기 바쁘던 때에는 수면의 질을 따지지 않았지만 삶의 질이 중시되고 조명, 소음 등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늘면서 잠을 제대로 못 자 고통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박광석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정도언, 이유진 교수 연구팀은 깨어있을 때 수면의 질을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온몸에 여러 장비를 달고 밤새 병원에서 잠을 자야 하는 기존 수면다원검사 결과와 비교해 정확도는 비슷하면서 절차는 훨씬 간편하다. 이유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잠자리에 들기 직전 우리 몸에서 생기는 자율신경계의 변화를 관찰하면 수면효율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자율신경계는 ‘활동’과 관련된 교감신경과 ‘휴식’과 관련된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수면 중에는 부교감신경이 작동해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하고 혈관을 이완시킨다. 반대로 수면 중에도 교감신경이 작동한다면 도중에 자주 깨거나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면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이런 가설을 입증하고자 수면 직전 교감신경에 주목했다. 자기 직전 5분간 심박과 호흡을 측정해 교감신경의 변화를 측정해 수면 효율을 예측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수면효율은 잠자리에 누워있던 시간 가운데 실제 잠을 잔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예컨대 오후 11시에 잠자리에 들어 8시간 뒤인 오전 7시에 일어났지만 도중에 뒤척이느라 실제 수면 시간은 7시간 30분이었다면 수면효율은 93.7%가 된다.

이 교수는 “연구가 계속 진행되면 궁극적으로 낮에 어떤 활동을 해야 잘 자는 데 도움이 되는지 밝혀낼 수 있다”며 “이번 연구로 잠자리에 들기 전 신체 긴장을 푸는 게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상식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자기기 덕분에 밤에도 낮처럼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불규칙해진 생활 리듬과 스트레스,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40만4657명이던 수면 장애 환자는 지난해 54만2939명으로 5년 만에 34.2% 늘었다. 이 중 10명 중 7명(68.3%)이 50대 이상이었고, 70대 이상 환자가 10명 중 3명(27.2%)으로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이 교수는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불안, 우울증 유병률이 나이가 들수록 높아지고, 퇴직 후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환경적 요인이 고령 수면 장애 환자가 많은 원인”이라며 “평소 취침,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자기 직전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는 게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수면 장애#수면장애 예측#교감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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