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팔 이식수술… 다음엔 ‘페이스오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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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의학’ 어디까지 왔나

최근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이 시행되면서 ‘신체 부위 이식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일 조직인 장기와 달리 팔이나 다리, 얼굴은 혈관 피부 근육 뼈 신경 등이 얽힌 ‘복합 조직’이기 때문에 이식하기 어렵다. 하지만 머리를 통째로 이식하는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될 정도로 ‘이식 의학’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 국내 최초 팔 이식, 성공 여부는 아직


2일 영남대병원 수술실에서 이뤄진 국내 최초의 팔 이식 모습. 이를 계기로 팔, 다리, 안면 등 복합조직 이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 제공
2일 영남대병원 수술실에서 이뤄진 국내 최초의 팔 이식 모습. 이를 계기로 팔, 다리, 안면 등 복합조직 이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 제공
국내 최초의 팔 이식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집도의 우상현 W병원장을 비롯해 영남대병원 의료진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수술팀은 2일 오후 4시부터 약 10시간 동안 팔을 이식했다. 뇌사한 기증자의 팔을 떼어내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기증받은 팔의 혈관과 근육, 신경 등을 수술할 수 있는 상태로 시술한 뒤 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이식 대상자는 1년 전 사고로 왼쪽 팔꿈치 아래를 잃은 30대 남성. 왼손을 포함해 약 25cm 부위가 팔 뼈 연결→근육 부착→혈관 연결→피부 봉합 순의 수술을 거쳐 연결됐다. 힘줄이나 혈관, 신경은 현미경으로 한 가닥씩 정밀히 봉합하는 미세접합수술을 시행했다.

수술이 끝난 후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액순환’과 ‘거부반응’ 여부다.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이식하면 면역반응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 우 원장은 “환자는 현재 재활운동을 하는 등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며 “하지만 성공했는지를 아직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환자를 더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환자는 본인 의지로 손가락을 약간씩 움직이는 정도라고 한다.

○ 이식수술 어디까지 왔나


이식수술은 1950년대부터 활발해졌다. 당시 인간의 신체는 외부에서 온 조직을 거부한다는 것을 알아내면서 대응방안이 모색된 덕분이다. 면역억제제가 발전하면서 1954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신장 이식수술이 이뤄졌다. 이후 췌장, 간, 심장, 폐 등의 이식수술이 이뤄졌고 2000년대 들어 복합조직인 팔과 다리, 성기 등의 이식이 본격적으로 시도됐다.

국내 의료계는 어떨까. 국내병원들의 이식수술 실력은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의료진 특유의 섬세하고 정확한 수술 능력 때문이다. 특히 뇌사자가 아닌 생체에서 간을 적출할 경우 3차원 복강경을 이용해 상복부에 수술 자국이 거의 남지 않을 정도로까지 이식 기술이 발전했다. 두 사람의 기증자로부터 간의 일부를 각각 떼어내 한 사람의 환자에게 옮겨 붙이는 2 대 1 생체 간이식도 서울아산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하지만 팔이나 안면 등 복합조직 이식 수술의 발전은 더디다. 기증자가 적은 데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과 ‘인체조직 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는 심장 신장 췌장 간 폐 골수 안구만 이식 장기로 지정돼 있다. 팔과 다리, 안면 등 복합조직은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이번 팔 이식을 두고 불법 논란이 이는 근거다. 보건복지부 황의수 생명윤리정책과장은 “팔 등의 이식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 개정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팔 이식이 성공한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전문의들은 ‘안면 이식’이라고 말한다. 범죄자가 미국연방수사국(FBI) 요원과 얼굴을 바꾸는 영화 ‘페이스오프’처럼 화상 환자 등에게 얼굴 피부와 눈 코 입 등 형태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30차례 정도 이뤄졌지만 국내에서는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나아가 한 사람의 머리를 분리한 후 다른 사람의 몸에 통째로 이식하는 프로젝트가 이탈리아, 중국 의료 연구진 등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머리를 영상 12∼15도에서 절단한 후, 1시간 이내에 기증자의 신체에 접합하겠다는 것. 접합 부위의 세포 재생산 활성화를 위한 전기자극법 등도 개발 중이다. 머리와 몸이 붙을 때까지 환자는 3∼4주간 인공 혼수상태에 빠지며, 이때 강력한 면역거부반응 억제제가 투입된다.
 

 
○ 윤리 문제 등 선결 과제도 많아.


머리 이식처럼 극도로 세밀한 부위의 이식이 성공한다면 해당 환자는 누구일까? 머리의 소유자가 주인일까, 몸의 소유자가 주인일까? 이식수술은 곧 인간성, 윤리성 문제와 직결된다는 의미다.

고난도 이식수술이 성공해도 해당 환자에게 행복한 삶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2005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안면 이식 수술에 성공한 프랑스 여성 이자벨 디누아르 씨는 수술 후 면역거부 반응에 오랫동안 괴로워하다 11년 만에 사망했다. 면역 억제제를 쓰다보면 그 부작용으로 면역 기능 자체가 억제되면서 각종 감염병에 노출된다. 암에 걸릴 확률도 극도로 높아진다.

이식수술은 환자 중심으로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홍종원 성형외과 교수는 “이식의 장점만을 부각시킨다든지, 반대로 단점만을 너무 비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무분별하게 이식수술이 이뤄지지 않는 등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면서 어려운 이식수술 자격기준을 갖춘 병원을 지정해줘 이식수술이 발전할 수 있게끔 적절히 조절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신체 이식수술#영남대병원#팔 이식 수술#복합조직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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