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잘 가세요 마사오(正男)” 동정론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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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日언론 취재 친절히 응해 ‘친숙’… 탈북단체 “김정남, 망명정부 수반 거절”


“우리들의 마사오(정남·正男의 일본식 발음)를 돌려 달라!”

일본 인터넷에서 13일 피살된 김정남을 애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에 김정남의 마지막 사진이 실리고, 그동안 줄곧 죽음의 위협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동정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일본 동영상 사이트에는 ‘잘 가세요 정남 씨’, ‘명복을 빕니다’는 등의 추모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 또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김정은을 용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1년 김정남이 나리타 공항에서 가짜 여권으로 입국했다 체포당한 뒤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었다”고 말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북한에도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관심이 생겼다. 도쿄신문은 “당시 모습이 사냥꾼 같아서 독재자의 후계자 후보로 도저히 보이지 않은 점도 호감을 샀다”고 전했다. 일본 기자들이 전 세계를 돌며 그를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김정남은 대부분의 취재에 웃는 얼굴로 정중히 응했다. ‘일본어를 아느냐’는 질문에 일본어로 ‘와카리마센(모릅니다)’이라고 답하는 등 유머러스한 면도 보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다음 날 친분이 있던 기자에게 “매우 마음이 아프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인간적인 모습이 화제가 됐다. 또 3대 세습을 비판하고 북한 국민을 염려하는 발언을 하면서 일본 누리꾼 사이에서는 ‘북한의 양심’, ‘우리들의 마사오’라고 불렸다.

한편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김주일 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은 18일 일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12월 망명정부를 수립하려는 탈북자들이 김정남에게 ‘망명정부의 수반이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으나 ‘세습에 반대한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또 김정남의 생모 성혜림 씨의 오빠인 성일기 씨(85)는 서울 자택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조카의 죽음에 대해 “지금까지 쓰라린 일을 워낙 많이 겪다 보니 항상 각오하고 있던 일”이라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성혜림이 사망하기 전 2000년대 초반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을 때까지는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김한솔에 대해서는 “머리도 좋고 똑똑하다”며 직접 돌봐 주고 싶지만 여러 사정상 그러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성일기 씨는 여동생 둘, 즉 성혜림과 이한영의 어머니 성혜랑이 6·25전쟁 발발 전 부모를 따라 북한으로 갈 때 홀로 한국에 남았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백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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