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국적 암살용의자 4명 이미 평양 도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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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현장을 가다]北요원 추정… 사건 당일 출국
日언론 “러 거쳐 17일 北 귀환”… 파견 北근로자 리정철은 체포
연루자 11명중 8명 북한 국적… 3월초 유엔서 암살사건 논의

박훈상 기자
박훈상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해 온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번 사건의 배후로 사실상 북한을 지목했다. 19일 오후 3시(현지 시간) 수도 쿠알라룸푸르 경찰청에서 열린 사건 관련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신원이 확인된 남성 용의자 5명이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리정철(47)은 검거됐으나 리재남(57), 오종길(55), 리지현(33), 홍송학(34)은 사건 당일(13일) 모두 국외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리지우(30)와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남성 2명을 포함해 이 사건과 관련된 북한 국적자는 모두 8명으로 드러났다. 참고인을 포함한 전체 관련자도 11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붙잡힌 리정철과 베트남인 도안티흐엉(29),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 말레이시아인 무하맛 파릿 빈 잘랄루딘(26), 참고인 리지우 등을 상대로 사건 전모를 추적 중이다. 이번 사건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전문요원으로 추정되는 리재남 등 4명이 치밀하게 계획해 지난해 8월 근로자 자격으로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현지 정보기술(IT) 회사 직원 리정철과 동남아 여성 2명 등을 포섭해 실행한 암살 사건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재남 등 4명이 출국한 상태여서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에 침묵하고 있는 북한은 리재남 등이 북한인이라는 사실까지 부인하며 ‘모략 책동’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일본 교도통신은 싱가포르TV 방송을 인용해 리재남 등 4명이 러시아 등 3개국을 거쳐 17일 북한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누르 라싯 이브라힘 부경찰청장은 김정남 사망 원인과 관련해 “현재 독성 검사가 진행 중이며 부검 보고서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검이 진행된 지 4일이나 됐지만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범인들이 청산가리 같은 기존의 독성 물질 대신 인체에 남지 않는 신종 독성 물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받을 우선권이 ‘유가족’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단, 시신을 받으려면 가족이 직접 현지로 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를 대표해 발표한 논평에서 “용의자 5명이 북한 국적자임을 볼 때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그동안 반인륜적 범죄와 테러 행위를 자행해 왔다는 점을 볼 때 우리와 국제사회는 무모하고 잔학한 이번 사건을 심각한 우려와 함께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뮌헨 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에 머물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 과정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관심 갖고 질문하는 참석자들이 꽤 많았다”며 “(이런 일을 저지르는) 북한 지도자의 스타일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함의를 미치는지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다음 달 초 예정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번 사건의 인권 문제, 주권 침해 문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 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공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박훈상 기자·이세형 turtle@donga.com·주성하 기자 /뮌헨=동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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