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소행 드러난 암살극… ‘反김정은 외교전선’ 구축할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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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독살은 북한 공작원들의 소행임이 명백해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어제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미 체포한 북한 국적 용의자 리정철 외에 범행 당일 출국한 북한인 용의자 4명의 이름을 공개하고 또 다른 연루자 3명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사인에 대해선 “독성검사가 끝나면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단정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암살의 배후를 북한으로 지목한 것이나 다름없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발표로 북한이 사건 직후부터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을 내세우며 외교적 무리수를 둔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드러났다. 북한은 김정남 시신 처리와 관련해 유족의 의사가 최우선인데도 막무가내로 인도를 요구하는가 하면 체포된 용의자를 면담하겠다고 생떼를 썼다.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한밤중에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느닷없이 나타나 ‘한국의 정치 스캔들’ 운운하며 음모론을 펴기도 했다. 급기야 북한에 우호적이던 말레이시아 정부가 나서 “말레이시아에 있는 한 말레이시아 법을 따라야 한다”고 경고했고, 어제 말레이시아 경찰도 “시신 인도는 유가족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못 박았다.

북한은 과거 자신의 소행이 명백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반북(反北) 모략극’이라며 적반하장(賊反荷杖)식 태도를 보여 왔다. 이번 암살에 제3국 여성 2명을 동원한 점이나 독극물 종류 확인이 쉽지 않은 화학물질을 사용한 것도 암살을 사고로 둔갑시켜 발뺌하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이런 북한의 상투적 수법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로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 당장 독극물에 대한 정밀 성분조사를 통해 북한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난 주말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1면에는 의식을 잃은 채 축 늘어져 있는 김정남의 피습 직후 모습이 대문짝만 하게 실렸다. 형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김정은의 잔혹성과 오늘날 북한의 기이한 현실을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준다. 김정남 암살은 앞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될 김정은의 반인권적·반인륜적 죄상을 나열한 목록 앞부분에 오를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김정남 암살에 대한 공개적인 대북 규탄을 자제하면서 자연스러운 국제 공론화를 꾀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소행이 명백해진 만큼 정부도 이제 국제적인 공분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을 단죄하기 위한 외교전선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할 때가 됐다. 그래야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임박한 북한 정권의 힘을 빼고 폭압적인 김정은 정권교체(regime change)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국내가 혼란스러워도 외교까지 손을 놓으면 안 된다.
#북한#김정남 암살#김정은#대북 규탄#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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