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美 유럽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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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美, 나토지원 흔들림 없을것”… 트럼프의 비판적 입장과 엇박자
러시아 정책방향도 오락가락
나토 방위비 증액 요구만 일관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지원하는 데 전혀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unwavering).”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8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유럽과 나토에 대해 강한 지지를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은 현재도 미래에도 유럽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 될 것”이라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메시지”라고 전했다. 그동안 유럽연합(EU)과 나토에 날 선 비판을 계속 해 온 트럼프의 기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16∼19일 독일 본과 뮌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와 뮌헨 안보회의는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첫 유럽 방문이자 국제무대 데뷔 행사였다. G20 외교장관들은 모두가 틸러슨과의 양자 회담을 희망할 정도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직들이 유럽에서 밝힌 메시지와 트럼프가 밝힌 메시지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정부의 안보와 외교 정책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존 매케인 미 공화당 상원의원도 “새 행정부가 너무 혼란스럽다(disarray)”며 “대통령이 말을 하고 다음에는 또 그것과 배치되는 행동을 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에 대한 태도도 애매했다. 틸러슨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처음 만나 “미국은 미국인에게 이익이 될 때 러시아와의 협력을 고려해 보겠다”면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분야에서 미국은 미국과 동맹국의 이해와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맞설 것”이라며 각을 세웠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러시아가 민스크 협정(러-우크라이나 정전 협정)을 준수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폭력 수위를 낮춰야 한다”며 독일을 비롯한 EU에 힘을 실어줬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러시아 제재를 금방 해제할 듯했던 트럼프와 기조가 반대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일관된 건 나토 방위비 분담금 문제였다. 지난주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모두 한결같이 문제를 제기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회원국들이 연말까지 방위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나토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도 “2014년 합의한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편성하기로 한 결의를 28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단 4개국만 이행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불이행이 나토의 존립 기반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뮌헨=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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