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D]‘직무 찾기’에 승부를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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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2월 9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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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박선규의 실전 취업 특강(8)



“대표님! 저는 어떤 일을 해야 될까요?” “너에게 맞는 일이면 좋겠지? 니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면 더욱 좋겠고.” “뭐든 잘 할 수 있어요.” “그건 너의 생각이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야지.”

한 취업준비생과 나눈 대화의 일부분이다. 많은 지원자가 젊은 혈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2015년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퇴사하는 결정적 이유는 ‘실제 업무가 생각한 것과 달라서’였다. 어려운 취업과정을 거치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다짐했던 지원자들이 자신들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자인하고 물러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 재직자 2354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조기 퇴사 현황'에 대한 한 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에 채용된 신입사원 10명 중 7명이 입사한 지 1년 안에 조기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가 가장 많았던 직무 분야로는 '영업/영업관리'(22.8%)로 조사됐다. '생산/기술/현장직' 분야(21.0%)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밖에 IT/시스템운영(6.9%), CS/텔레마케팅(6.6%), 판매/서비스(6.0%) 등의 순으로 퇴사한 신입사원이 많았다.

이 설문 조사 결과는 직무 선택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 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얼마 전 모 기업의 서류전형에서 있었던 일이다. 모집 직무는 기획과 교육, 고객관리, 컨설팅 등으로 분류돼 있었다. 서류를 검토하다 보니 기획으로 가야 할 지원자가 교육에 지원을 했고, 교육으로 가야 할 지원자가 기획으로 와 있었다.

서류 전형에서 이렇게 한다면 통과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통과하더라도 실무에 가서는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을지 보지 않아도 그림이 그려진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자기가 지원하는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구직자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으로 갔어야 할 어떤 지원자는 서류전형은 통과했다. 워낙 교육 관련 경험이 좋아 ‘보고 판단해 봅시다’라는 서류전형위원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덕분이었다. 하지만 면접에서는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기획에 대한 개념 부족’ 탓에 탈락했다.

그렇다면 직무선택의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전공별로 관련된 산업군에 있는 회사를 찾아보는 것이다. 직무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이공계 전공의 경우를 예를 들어 보자. 요즘 많은 기업에서 이공계 출신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금융, 특히 증권사의 경우 그 수가 제한돼 가능하다면 기술 관련 제조업과 IT 분야의 회사를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하겠다.

최근 공채를 실시하는 기업 상당수가 전공을 제한하기에 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전공별로 유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제조기업이 기술직군에서는 화학과 화공, 기계나 전기, 전자, 건축과 토목, 조선과 해양, 그리고 기타 이공계열 등으로 전공을 제한한다. 안전관리직군에서는 환경공학, 안전공학 등을 대상으로 하기에 그에 맞는 회사를 고르는 것이 좋겠다.

박선규 마이더스HR 대표
박선규 마이더스HR 대표
두 번째는 자신이 고른 회사들의 어떤 모집직무에 맞는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산업별 직무분류가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은 경영지원직군, 영업직군, 연구개발직군, 제조직군, 전산직군(IT) 등으로 나뉜다. 경영지원직군의 경우는 기획, 인사, 총무, 법무, 회계, 구매, 홍보, 물류 등으로 세분되고, 영업직군의 경우는 영업과 해외영업, 마케팅, 상품개발, 유통, 판매, 고객지원 등으로 분류된다.

연구개발직군은 신상품개발, 연구개발 등으로 나뉘고, 제조직군은 생산관리와 생산기술, 품질관리, 환경 및 안전 분야로 갈라진다. 전산직군은 전산관리, 시스템분석 및 설계, 웹 기획, 웹 마스터, 웹 디자인, 프로그래머, 통신기술 등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분류들 중 자신이 어떤 직무에 맞는지를 잘 찾아보길 바란다.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직무는 기본적으로는 거의 비슷하지만 산업에 따라 직무에 대한 접근법이나 방법론 등이 달라질 수 있으니 산업과 기업환경에 대해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조사한 직무 중에서 자신이 희망하는 직무가 어떤 것인지 추리는 것이다. 이때 참고할 사항이 있다. 바로 NCS(국가직무능력표준)다. 고용노동부는 2002년부터 모든 직종에 요구되는 직무능력을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하기 위해 총 887개의 NCS를 만들었다. 산업현장에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 직무능력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표준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직업기초 능력영역에 해당되는 능력을 점검해 보고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과 스킬을 자신의 희망 직무와 연결한다면 ‘입사 후 부적응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제 자신이 승부를 걸 수 있는 직무 찾기에 투자하라.

박선규 마이더스HR 대표 ceo@midashr.co.kr

*한국경제 생애설계센터 객원연구원.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다수 출연. 현재 YTN FM <당신의 전성기, 오늘> 출연 중.
#취업#직무#박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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