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파고 vs 인간 특선보… 실전 심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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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 9단 ● 박정환 9단
1국 7보(73∼86)

흑의 우상귀에 쳐들어온 백을 잡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흑 73 대신 참고도 흑 1, 3으로 두는 것이 필살기인데 백 10을 선수하고 12, 14로 나와 끊으면 어떤 수라도 난다. 아마추어에겐 참고도 14 이후 백의 행마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프로의 시각에선 우하 쪽에 단단히 버티고 있는 백이 큰 힘이 돼 백의 타개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흑은 73 이하로 백을 순순히 살려줄 수밖에 없다. 우상귀 흑의 귀가 무너지면서 실리의 균형은 백 우세로 바뀌었다.

결국 흑 ○ 대신 귀를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낫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시각적으론 흑 ○가 매우 훌륭한 요처인 데다 귀를 지키는 자세도 옹졸해 보여 실전 심리상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알파고는 그런 심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로지 계산만이 선택의 기준이다. 인간은 그 계산이 쉽지 않으니 실전 경험과 감각을 함께 동원하는데 컴퓨터의 계산이 그런 인간의 능력을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우상 귀가 정리되자 이제 미지의 곳은 중앙만 남았다. 흑은 중앙에서 집을 만들어야 하는데 흑 집이 불어나는 만큼 백 집도 늘어나는 모양이어서 쉽지 않다. 게다가 흑 83처럼 중앙 집을 짓는다고 나설 때 백 84로 변에서 이득을 챙기는 것 역시 가슴 아픈 수.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알파고#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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