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참모 구속됐으니 靑이 범죄현장”… 수색 재시도 방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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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특검 압수수색 거부]특검팀 5시간 대치 끝에 일단 철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일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의 완강한 거부로 치열한 기싸움 끝에 일단 물러섰다. 특검은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이 오는 28일까지 유효한 만큼 조만간 다시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시도하기로 했다.

 특검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다음 주 후반으로 예상되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앞서 뇌물 혐의 정황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겠다는 게 특검의 계획이다.

○ 특검 vs 청와대… 5시간 대치


 이날 오전 9시 54분 박충근, 양재식 특검보가 탄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 두 대가 청와대의 민원인 안내시설인 연풍문에 도착했다. 파견 검사와 특별수사관 20여 명을 태운 차량도 뒤따라 도착했다.

 두 특검보는 연풍문 2층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윤장석 민정비서관과 이영석 경호실 차장을 만났다. 박 특검보는 오전 10시경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압수수색 영장 10개를 제시하고 경내 진입 협조를 요청했다. 영장에는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주요 수석비서관과 비서관들의 사무실 등 관저를 제외한 청와대 경내 대부분을 직접 압수수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는 ‘군사상·직무상 비밀과 관련한 장소를 압수수색하려면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규정된 형사소송법 110조 1항과 111조 1항을 근거로 특검의 경내 진입을 제지했다.

 특검은 “청와대 참모들이 이미 여러 명 구속되지 않았나. 청와대가 범죄 현장인 셈인데, 직접 압수수색을 막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항의했다. 또 “의무실 같은 곳은 군사시설이나 비밀과는 무관하지 않으냐”며 “10개 영장에 제시된 장소 중 압수수색이 가능한 장소를 청와대가 추려 달라”고 요구했다. 박 특검보 등은 점심식사도 김밥으로 간단히 때우고 청와대를 설득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경내 진입은 허용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버텼다. 조대환 민정수석비서관(61)도 직접 연풍문에 나와 “압수수색 대신 임의제출 방식으로 자료를 주겠다”며 협상에 나섰다.

 지루한 대치 끝에 청와대는 오후 2시경 한광옥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 명의의 불승인 사유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두 특검보는 결국 압수수색을 시도한 지 5시간 만인 오후 2시 54분 빈손으로 돌아섰다. 박 특검보는 특검 사무실에 돌아와 “청와대의 불승인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청와대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대통령이 재직 중 국가를 대표하면서 신분과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헌법상 보호 조치”라며 “탄핵심판 판결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영장으로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압수수색이 무산된 지 두 시간 만인 오후 5시경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 허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규철 특검보는 “압수수색을 거부한 대통령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의 상급자인 황 권한대행에게 정식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특검 측에 공식 답변을 전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국무총리실에선 “대통령비서실장, 경호실장이 관련 법령에 따라 특검의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에 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검의 압수수색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 공정위·금융위 압수수색… 삼성 수사 재개

 특검이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한 것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가 삼성 측에서 지원받은 돈이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는 정황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삼성그룹이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한 게 기업결합을 제한한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공정위는 ‘중간금융 지주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합병 이후 하나의 지주회사가 일반회사와 금융회사를 동시에 지배할 수 없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야 한다. 하지만 ‘중간금융 지주회사’가 도입되면 금융지주회사를 따로 설립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삼성에는 큰 혜택이 된다.

 또 합병된 삼성물산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했는데, 금융위의 규제 완화로 상장이 가능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삼성 측의 청탁을 받아 공정위와 금융위를 움직였는지, 그 대가로 삼성 측이 최 씨 모녀를 지원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하고 있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우경임 기자
#청와대#압수수색#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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