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장영수]국민이 공감하는 부분부터 ‘소폭 개헌’ 어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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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사회통합 초석 되려면 때론 의견 반영, 때론 설득… 국민과의 소통이 핵심
다양한 국민 목소리 수렴도 몇몇 시민단체만으론 불가능
대폭적 개헌 추진만 하기보다 소폭의, 반복적 개헌이 낫다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0년 만에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되고 한 달이 경과한 어제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구성됐다. 지난 한 달 동안 개헌특위는 18대 국회와 19대 국회에서 개헌 준비작업에 참여했던 필자를 포함한 자문위원들의 견해와 각종 시민단체 및 관련 학회들의 개헌에 관한 의견을 듣고, 질의응답을 벌였다. 구체적인 개헌안 마련에 들어가기 이전의 준비운동이었던 셈이다.

 이제 각 분야의 전문가들 및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전할 대표자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개헌특위와 함께 활동하게 되면서 향후 개헌 일정 및 개헌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관련 학계나 시민단체가 바라는 개헌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개헌특위의 안을 만들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본격적인 개헌 절차가 시작되는 것이다.

 현재 개헌과 관련한 가장 큰 관심은 대선 전에 개헌이 가능할 것인지에 쏠려 있지만 그 밖에도 중요한 쟁점이 적지 않다. 국민과 소통하는 가운데 국민 의사를 반영하는 개헌 절차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도 관심사이고, 정부 형태를 비롯한 권력구조의 개편 방향,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기본권의 정비, 지방분권의 실질화 방안 등 다양한 문제들이 개헌 절차의 진행 과정에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미 개헌에 대한 준비는 10년 이상 축적되어 있다. 특히 이번 개헌의 직접적 계기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확인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권력의 오·남용에 대한 통제를 실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개헌 절차에 관해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은 개헌특위 내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개헌특위 자문위원들의 구성도 헌법학자나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 이외에 다양한 시민단체의 대표자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자문위원들의 선임 방식 또한 과거와 달리 정당별 안배가 아닌 기관·단체들의 추천을 기초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새롭다. 하지만 이렇게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앞으로 어떤 실질적 역할을 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하다.

 예전처럼 정치권이 주도하여 개헌안을 마련하고 국민은 국민투표를 통해 전체 개헌안에 대한 가부간의 결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헌안의 구체적 개별적 내용들에 국민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문위원들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창구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폭넓은 공감대 속에서 국민적 통합의 기초를 확실하게 이룰 수 있는 헌법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향후 탄핵심판의 결정 선고일이 언제가 될지, 그와 관련하여 대선 일정이 어떻게 정해질 것인지도 개헌 절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개헌이 대선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개헌 일정은 대선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들부터 1차 개헌 작업을 마무리하고, 충분한 논의와 숙고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다시 검토하여 2차 개헌을 시도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헌법 개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개헌특위에서 또다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시민단체의 대표자를 자문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은 일견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소통의 중요성은 크다. 다만,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몇 명의 시민단체 대표만으로 모두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개헌특위와 자문위원회는 항상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것이고 때로는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이 설득되지 않을 때는―국민이 항상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국회가(또는 개헌특위가) 국민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을 진정한 주권자로 여긴다면 국민의 의사가―나치 전체주의의 집권 및 인종청소처럼 인류사적 경험을 통해 확인된 근본 가치와 충돌하는 극단적 상황이 아닌 한―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대폭적 개헌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강력한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를 둔 소폭 개헌을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소폭 개헌#개헌특위 자문위원회#탄핵심판#국민적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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