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폐지’ ‘교육부 폐지’ ‘사교육 철폐’ 공약 실현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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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17 대선공약 검증]대선주자 교육 공약 뜯어보기

 “사교육 전면 철폐를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남경필 경기지사)

 “서울대를 폐지하고 대학 서열화를 없애겠다.”(박원순 서울시장)

 정치권이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주요 대선 주자의 교육 공약 및 관련 발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교육은 전 국민의 관심사이자 국민이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그만큼 교육 공약을 활용해 표심을 잡으려는 대선 주자들의 계산도 빨라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한국 교육의 고질적 병폐인 △사교육 △교육부 ‘폐지’ 카드 등의 주장을 앞세우며 교육 민심 공략에 나섰다. 국민의 답답함을 뚫어 주는 ‘사이다 공약’이란 평가도 있지만, 현실성과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 ‘폐지’ 교육 공약 난무

 남 지사는 17일 국회에서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과 함께 ‘사교육 폐지 및 교육 정상화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남 지사는 본보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사교육 전면 폐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라고 밝혔다.

 남 지사는 토론회에서 “사교육은 비싸고, 효과도 없고, 끊을 수도 없는 마약과 같다”라며 “사교육 폐지를 위해서는 (과외 금지 조치를 취했던) 전두환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사교육을 단속하기 위한 △‘교육 김영란법’ 입법 △특목고·자사고 폐지 △대입 전형 간소화 및 수능으로 뽑는 정시 비율 60%로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앞서 열린 12일 국회 토론회에서는 박 시장이 각종 ‘폐지 보따리’를 들고 나섰다. 그는 ‘교육 혁명을 위한 10대 개혁 방안’을 제안하며 △서울대 폐지 △수능 폐지 △교육부 폐지 등을 주장했다. 그는 “‘교육 대통령이 되는 게 꿈”이라며 “교육부 대신 ‘국가백년대계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학 입학금을 당장 폐지하며 국·공립대 반값 등록금을 전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폐지는 박 시장뿐 아니라 야권 대선 주자들이 공통적으로 꺼낸 카드다. 지난해 10월 가장 먼저 ‘교육부 폐지’를 주장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교육부의 억압이 지나치다. ‘교육통제부’를 ‘국가교육위원회’로 대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16일 출간한 대담집을 통해 “교육부가 대단히 비대해졌다”라며 “과기부가 나오고 국가교육위원회를 독립기구화해 별도로 두는 식의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공교육 정상화, 반값 등록금 등 지난 대선 교육 공약의 기본 틀 안에서 서울대 등 지방 국공립대가 하나의 대학처럼 공동으로 입학해 수업을 공유하는 ‘국공립대학 공동 학위제’를 추가로 제시하기도 했다.

○ ‘교사 개혁’은 모른 척

 그러나 교육계 인사들은 “문제의식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육을 혁신할 구체성은 안 보인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구본창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정책대안연구소 국장은 “사교육 전면 폐지의 위헌 가능성을 비롯해 사교육을 없애는 만큼 공교육은 어떻게 살릴 것인지 고민이 부족하다”라며 “수능으로 뽑는 정시 비중 확대는 오히려 사교육과 주입식 교육만 늘릴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사교육을 없애려면 공교육 정상화가 필수고, 이를 위해서는 ‘교사 수준 향상’ 등 강력한 공교육계 쇄신 정책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교육계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보니 개혁엔 눈을 감고 변죽만 울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 폐지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교육위원회에 대한 우려도 있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있으면 장관이라도 책임을 지지만 협의체인 위원회는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라며 “협의체를 통해 구체적이고 결단력 있는 정책이 속도감 있게 나올지, 국내 정치 토양에서 과연 교육을 위한 초당적 결정이 내려질지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예산 마련 방안이 결여된 선심성 공약도 문제다. 현 정권 역시 대선 당시 2017년 고교 전면 무상교육 등을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연간 3조 원이 없어 시작도 못 했다. △초등돌봄교실 전 학년 운영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도 마찬가지다.

○ 현실성 있는 약속, 미래 교육 비전 절실

 교육 전문가들은 진정성 있는 교육 공약이 나오려면 대선 주자들이 한번이라도 학교 현장을 가 보고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이야기를 반영한 구체적 공약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들의 캠프 구성을 보면 현장을 아는 교육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는 사람도 있다”라며 “그렇다 보니 현실성 없는 공약만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만큼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유지해 온 교육의 틀을 완전히 깨고 미래 교육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 교수는 “지금 7세 미만의 아이들이 사회에 나올 때에는 지금 있는 직업의 65%가 없어진다고 한다”라며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학교와 교사는 어떻게 변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향이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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