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에 이용된 '오픈 스트리트 맵'이 뭔가요?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월 24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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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가 24일 마침내 한국에 상륙했다. 구글 지도 해외 반출 불가 이슈 때문에 포켓몬의 위치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과 달리 모든 서비스를 정상 탑재한 완벽한 출시였다. 구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이 거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포켓몬 고는 어떻게 국내 지도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걸까? 포켓몬 고 한국어판에 적용된 지도 기술에 대해 한 번 자세히 알아보자.

포켓몬고의 개발사 나이언틱랩은 포켓몬 고를 국내에서 서비스하기 위해 구글 지도 대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Public Access) 지도 서비스를 포켓몬 고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어떤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지도 서비스라고 하면 '오픈 스트리트 맵(https://www.openstreetmap.org)'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며, 실제로 한 업계 관계자는 "지리 데이터를 대조해본 결과 포켓몬고는 국내 서비스를 위해 오픈 스트리트 맵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포켓몬고를 실행하면 예전처럼 허허벌판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리와 근처 포켓몬의 위치가 정확히 표시된다. 위치 기반의 증강현실 서비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포켓몬 고를 실행하고 허허벌판을 보지 않아도 된다>(출처=IT동아)
<이제 포켓몬 고를 실행하고 허허벌판을 보지 않아도 된다>(출처=IT동아)

오픈 스트리트 맵이란?

오픈 스트리트 맵은 영국의 커넥티드카 개발자 스티브 코스트(Steve Coast)가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한 글로벌 지도 서비스다. 오픈 스트리트 맵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 오픈 스트리트 맵의 회원으로 가입해서 함께 지도를 완성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빈 지역에는 새로운 지도 데이터를 기입할 수 있고, 새로운 건물과 도로가 들어오면 그에 맞춰 수정할 수 있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국가와 기업 대신 수 많은 참여자가 모여서 전 세계 지도를 완성해나가는 프로젝트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와 그 목적과 서비스 방식이 동일하다. 현재 오픈 스트리트 맵은 약 200만 명의 사용자가 회원으로 가입해서 지도 작성자로 활동 중이다.

회원 중에는 일반 사용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 국가가 오픈 스트리트 맵의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오픈 스트리트 맵의 회원으로 가입한 후 미국 내 모든 지도 데이터를 오픈 스트리트 맵에 제공했다(국방 관련 데이터는 제외). 덕분에 현재 오픈 스트리트 맵의 미국 지도 데이터는 구글 지도나 마이크로소프트 빙 지도 같은 상용 서비스와 대등한 수준이다. 미국 외에도 프랑스, 캐나다, 핀란드, 네덜란드 등 유럽과 오세아니아의 국가들이 오픈 스트리트 맵에 자국의 지도 데이터를 제공했다. 이렇게 국가가 직접 데이터를 제공한 국가에서는 오픈 스트리트 맵의 정확도가 매우 뛰어나다.

이렇게 작성된 지도 데이터는 오픈 라이선스를 통해 개인, 기업, 국가 등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라이선스만 지키면 따로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수 많은 기업이 자사의 서비스에 오픈 스트리트 맵을 도입했다. 중국의 포털 서비스 바이두의 경우 한국에 방문하는 중국 사용자를 위해 오픈 스트리트 맵의 데이터를 활용해 바이두 맵에서 한국 지도를 볼 수 있게 했다(심지어 내비게이션 기능도 제공한다). 바이두 외에도 애플, 플리커, 하스브로 등 여러 기업이 자사의 서비스와 게임에 오픈 스트리트 맵을 적용했다. 나이언틱랩 역시 글로벌 서비스는 구글 지도를 통해 제공하고, 구글 지도를 이용할 수 없는 국내에선 오픈 스트리트 맵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지역 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최고 20m 상공에서 내려다 보는 것과 동일한 축적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오픈 스트리트 맵은 2006년 영국에서 설립된 오픈 스트리트 맵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오픈 스트리트 맵 재단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스티븐 코스트의 모교), UCL VR 센터, 바이트마크 호스팅 등 파트너사의 지원과 기업이 낸 지도 이용료 그리고 일반 사용자의 후원금으로 운영 중이다. 서비스 관리 및 운영 방식 역시 위키피디아 재단과 동일하다.

<오픈 스트리트 맵>(출처=IT동아)
<오픈 스트리트 맵>(출처=IT동아)

오픈 스트리트 맵의 목표

오픈 스트리트 맵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제대로된 지도 데이터가 없는 지역에서도 지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지도 데이터는 국가가 만드는 것이다. 국가가 행정력을 통해 지리 데이터와 공간 정보를 수집한 후 이를 취합해서 지도 데이터를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낸 데이터를 기업에게 판매한다. 기업은 국가한테 구매한 데이터에 자사만의 정보(예를 들어 위성 사진, 길거리 사진 등)를 추가해서 최종 지도를 완성한 후 지도 서비스를 일반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구글 지도, 빙 지도, 네이버 지도, 카카오 지도, T맵 등 일반적인 지도 서비스의 제공 방식이다.

하지만 국가의 행정력이 미비하거나, 국가가 안보 등의 특정 이유 때문에 기업과 일반 사용자에게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면 해당 지역의 지도 데이터를 구할 길이 없다.

때문에 오픈 스트리트 맵이 선택한 방식이 사용자 참여다. 해당 지역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용자를 통해 지리 정보를 수집해서 지도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실제로 이 방식을 통해 행정력이 미비한 남미, 아프리카, 중앙 아시아 지역의 지도를 완성했다.

사용자 참여는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들였다. 북미, 유럽, 동아시아 등 인터넷 이용자수가 많은 지역에서는 그만큼 오픈 스트리트 맵 회원이 많다. 회원이 많은 만큼 지도는 빠르게 수정되었고, 덕분에 지도 서비스는 더욱 정교해지는 효과를 거뒀다.

현재 오픈 스트리트 맵은 전 세계 지도 서비스를 빠르게 완성해나가고 있다. 덕분에 다음 단계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를 위한 오픈 지리 데이터 제공이다.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의 핵심이 바로 지도 데이터를 포함한 공간 정보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이 공간 정보를 전 세계 모든 국가, 기업, 사용자에게 오픈 라이선스로 제공해 누구나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오픈 스트리트 맵의 장점과 단점

오픈 스트리트 맵의 장점과 단점은 딱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사용자 참여(집단 지성)다. 때문에 집단 지성을 활용한 서비스의 장단점을 그대로 공유한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누구나 지도를 수정할 수 있다. 때문에 회원이 많으면 많을 수록 더욱 정확하고 자세한 지도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이 말은 회원이 적으면 지도 데이터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오픈 스트리트 맵의 한국 지도 데이터는 회원이 제법 모여 있는 서울과 수도권은 상용화된 지도 서비스 못지 않은 정확도를 보여주지만, 서울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지도 데이터의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새로 생긴 길이 없거나, 새로 올라온 건물이 존재하지 않는 식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현재 국내에선 오픈 스트리트 맵을 통한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정확도를 보장할 수 없다. 바이두맵이 오픈 스트리트 맵을 통한 국내 내비게이션을 제공 중인데, 실제로 테스트해본 결과 서울에선 제법 쓸만 하지만 안양 정도로만 내려가도 산 넘고 물 건너 목적지에 도착하라고 알려주기 일쑤였다. 때문에 현재 국내에선 오픈 스트리트 맵을 특정 위치를 찾기 위한 참고용 정도로만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사용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다. 지도 데이터를 수정하려면 공간 정보 관련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비스를 제공한지 13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회원이 200만 명 수준에 불과한 이유이기도 하다. 글을 쓰고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정보의 출처(레퍼런스)만 표기하면 누구나 데이터를 수정할 수 있는 일반 위키 서비스보다 편집이 어렵다.

유사한 프로젝트도 있다

사용자 참여를 통해 글로벌 지도를 완성하려는 곳은 오픈 스트리트 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픈 스트리트 맵과 유사한 서비스로 '위키매피아(http://wikimapia.org/)'를 들 수 있다. 알렉상드르 코리아킨(Alexandre Koriakine)과 에브게냐 사벨예프(Evgeniy Saveliev)가 2006년 선보인 사용자 참여형 글로벌 지도 서비스다.

<위키매피아>(출처=IT동아)
<위키매피아>(출처=IT동아)

오픈 스트리트 맵과 위키매피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반 지도 기반이냐 위성 지도 기반이냐'이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일반 지도 기반의 공간 정보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춘 반면 위키매피아는 위성 지도에 일반 지도 데이터를 합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위키매피아는 구글, 아스트리움, 시네스 등에게 위성 데이터를 제공받아 여기에 일반 지도 데이터를 덧씌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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