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억 옷값 대납한 최순실, 대통령과 ‘돈지갑’ 같이 쓴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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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현금으로 대납(代納)한 박 대통령의 옷값이 3억 원 이상이라는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했다. 박 대통령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있은 뒤인 지난해 9월에야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세 차례에 걸쳐 400만 원씩, 총 1200만 원을 최 씨에게 지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 씨는 16일 헌법재판소 변론기일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옷값을 직접 받았다”며 윤 행정관의 증언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금액이나 돈을 받은 과정에 대해선 기억이 안 난다며 입을 다물어 신뢰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최 씨가 대납한 옷값 중 일부를 최 씨에게 줬다는 것은 두 사람의 ‘돈거래’가 정상이 아님을 시사한다. 대통령 의상비는 청와대 예산으로 집행하는 것이 맞다. 대통령부속실이나 총무비서관실, 특수활동비 등 정부 예산으로 집행하고 예산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예산 한도를 초과한다면 대통령이 사적으로 구입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사인(私人)인 최 씨가 서울 강남구 의상실에서 대통령 의상 제작을 주관하고 3억 원이 넘는 의상비를 대통령 대신 내왔다면 최 씨가 박 대통령의 돈을 관리하고 있거나, 두 사람이 내 돈, 네 돈 가리지 않고 함께 쓰는 ‘경제공동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검 수사기록에도 최 씨는 수십 년 동안 박 대통령의 단순 조언자 역할을 넘어 “대단히 특별한 정치적,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적시돼 있다.

 옷값 대납 문제는 박 대통령의 대기업 뇌물 수수와 관련해 최 씨와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 최 씨 측근이던 고영태 씨는 지난해 12월 7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4500만 원에 달하는 박 대통령의 옷 100벌가량과 가방 30∼40개를 전달하고 돈을 최 씨로부터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용도에 따라 정확히 지급됐다”며 “최 씨가 대납한 돈은 없다”고 했다. 청와대 해명이 거짓이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왜 거짓말을 했는지, 대통령 옷값을 최 씨가 대납한 이유가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대통령 옷값 대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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