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대출 ‘年1000만원 제한’ 등 업계 강력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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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1월 가이드라인 행정예고
2월 시행… 3개월 유예기간 부여, 당국 “시장 성숙전까지 투자자 보호”
업계 “투자액 줄고 경쟁력 잃어”… 일부업체, 공동투자 등 대응책 나서

 다음 달 개인의 투자 한도를 회사당 연간 1000만 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인 간(P2P) 대출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P2P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투자 규제가 강화되고 P2P 회사가 자기자본으로 대출해준 뒤 추후 투자를 받아 채우는 식의 ‘선(先)대출’ 등이 금지돼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금융당국과 P2P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P2P 가이드라인을 행정 예고하고 다음 달 하순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고객 자산 분리 예치, 투자 한도 제한, 선대출 금지 등 가이드라인의 일부 내용은 시행 후 3개월간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구축 등 준비 기간을 고려해 유예해 준 것”이라며 “하반기(7∼12월)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대해 현장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업계 “사업 위축” vs 당국 “투자자 보호 우선”

 
P2P업계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 측은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 월평균 신규 투자액이 165억 원으로 지난해 12월(715억 원)에 비해 550억 원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P2P 회사들의 고액 투자자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한도 제한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선대출을 하지 않으면 대출 결정이 늦어져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P2P의 선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단호하다. P2P 시장이 성숙하기 전까지는 투자자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P2P 회사를 가장한 골든피플이 투자자를 모집해 5억 원 규모의 투자자 피해가 예상되는 등 크고 작은 P2P 사고가 최근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대출을 허용하면 P2P가 사실상 대부업이 되는 셈이어서 대부업과 동일한 규제를 받게 돼 현재 대출 포트폴리오를 묶어 투자를 유치하는 형식의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P2P 회사는 가이드라인 시행 대비에 나섰다. 미드레이트와 펀디드, 올리, 투게더 등 P2P 4개사는 이달 총 4억 원 규모의 부동산 공동 담보 투자 상품을 내놨다. 개인 투자 한도가 도입되면 부동산 담보대출과 같은 고액 투자 상품 판매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여러 회사가 손을 잡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상품에 4개 회사를 통해 각각 1000만 원 한도에서 모두 4000만 원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테라펀딩은 최소 투자금액을 10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내렸다.

○ “혼란 재발 막으려면 P2P 제도화해야”

 
국내 P2P 대출 누적 취급액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1526억 원에서 지난해 12월 말 4683억 원으로 불어났다. 6개월 만에 3배로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관련 제도가 미비해 업계의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써티컷’이 대표적인 사례다. 써티컷은 저축은행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로부터 투자를 받아 P2P 영업을 하려고 했으나 금융당국이 승인을 해주지 않아 문을 열지 못했다. 현행 제도상 금지하고 있는 예금 담보 제공(저축은행), 개인 대출(자산운용사) 행위로 각각 해석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P2P를 하나의 금융업으로 인정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법률 등으로 P2P를 관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출액이나 투자액에 한도가 없다. 다만, 투자자 자격을 ‘연간 총소득과 순자산이 각각 7만 달러 이상’(캘리포니아 주, 켄터키 주 제외)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개인의 총대출 한도는 100만 위안, 기업의 한도는 500만 위안으로 정했다. 영국은 대출이나 투자액에 한도가 없다. 그 대신 대출액에 따라 일정 비율을 유보금으로 적립하게 한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p2p#대출#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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