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목장림 확장 계획’ 제동 걸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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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지역과 너무 가깝다”
산림청 추진 ‘중부수목장림’… 서천군 주민 반대로 난관에

 산림청이 충남 서천군에 세우려던 ‘중부수목장(樹木葬)림’ 조성 사업이 주민 반대로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수도권에 이어 중부권을 중간 거점으로 전국에 전파하려던 정부의 수목장림 확산 계획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중재 노력도 부재해 해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 수목장림 확산, 서천서 일단 제동 

 17일 서천군 마산면 25개 부락 가운데 24개 부락 주민 130여 명은 공주의 중부지방산림청을 찾아 마산면 소야리에 산림청이 추진 중인 중부수목장림 조성 철회를 요구했다. 마산면수목장림반대투쟁위는 지난해 12월 19일부터 10여 차례의 반대 집회를 가졌다. 허종석 투쟁위원장은 “수목장림으로 장묘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여기는 적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이날 “산림청은 주민 다수가 반대하는 수목장림 조성사업 추진을 즉각 중지하고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산림청은 소야리 국유림 10ha에 2018년까지 경기 양평의 ‘하늘숲추모원’에 이은 정부의 두 번째 수목장림을 세우기로 하고 지난해 11월 중순 수목장림 조성에 본격 착수했다. 앞서 서천군 판교면에 세우려다 주민 간 찬반 갈등 격화로 실패한 만큼 주민 설득 노력부터 했다. 소야리 주민이 양평 수목장림을 견학할 수 있도록 해 마을 13가구 가운데 10가구의 찬성을 얻어냈다.

 산림청 관계자는 “수목장림 조성 계획은 규정상 주민 동의가 필요는 없지만 최대한 의견을 수렴하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근 면사무소 소재지인 신장리 주민들이 소야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락들의 여론을 규합해 반대에 나서자 조성 계획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 “산림청-주민, 대화해야”

 투쟁위는 수목장림 예정 부지가 주민 거주지역과 너무 가깝다는 점을 가장 큰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허 위원장은 “양평 수목장림은 큰 도로에서 10여 km 떨어져 있는 데 반해 소야리 예정 부지는 마산면 지방도에서 200∼300m 거리에 불과하다”며 “수목장림이 생기면 전국에서 영구차들이 몰려올 텐데 노령의 주민들이 매일 이런 모습을 보고 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더구나 오랜 주민 숙원이었던 인근 봉선저수지 관광지 개발사업을 본격화하는 마당인데 주변에 수목장림이 생기면 되겠느냐.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대투쟁위는 산림청이 소야리 이외의 주민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대화조차 응하지 않고 있다.

 산림청의 얘기는 다르다. 수목장림 예정 부지는 신장리와 직선거리로 1km가량 떨어진 데다 중간에 고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산림청 관계자는 “밀식(密植)된 숲을 약간 간벌만 하는 방식으로 숲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목장림을 조성하고 나무 밑에는 비석이나 조화 등을 놓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지방도에서 봐도 전혀 표시가 나지 않는다”며 “더구나 분골만 취급하기 때문에 굳이 필요가 없는 영구차의 출입은 아예 허락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양평 수목장림은 야영장으로 활용될 정도로 주민 친화적인 시설”이라며 “장묘문화 개선이라는 국민적 공감 속에 추진되는 정부사업이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대화로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산림청은 수목장림 조성지역 주변에 삼림욕장과 산림공원을 조성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도 준비 중이다.

 소야리 주민들로 이뤄진 수목장림추진위 나철순 간사는 “국립대전현충원은 들어설 당시 많은 주민들의 우려를 샀지만 지금은 인기 높은 관광지가 됐다”며 “반대 주민들도 무조건 반대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문점을 해소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산림청#중부수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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