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학 “강력하고 민주주의 원칙 지키는 링컨 같은 지도자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의 지정학과 링컨의 리더십’ 책 펴낸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는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지정학연구원에서 “분열을 통합하고 정치적 결단력을 보인 링컨 대통령의 리더십을 국내 정치인들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는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지정학연구원에서 “분열을 통합하고 정치적 결단력을 보인 링컨 대통령의 리더십을 국내 정치인들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작금의 한국 정치 상황은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 연습장’과 같습니다.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처럼 강력하면서도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가 나와야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통일의 심포니를 연주할 수 있습니다.”

 국제정치학자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69)가 ‘한국의 지정학과 링컨의 리더십’(고려대 출판문화원)을 최근 냈다. 강 교수는 2011년 영국에서 낸 ‘Korea's Foreign Policy Dilemmas’(한국의 외교 딜레마)가 지난해 중국 사회과학원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된 것을 비롯해 각종 저서가 일본과 중국, 영어권 국가에서 발간된 한국의 대표적 국제정치학자다. 2014년 정년퇴임하고 한국지정학연구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를 17일 서울 종로구의 지정학연구원에서 만났다. 강 교수는 “21세기 들어 지정학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지정학은 국제정치학이 성립되기 전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유행한 패러다임이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전략적 핵 경쟁 속에서는 의미가 축소됐지만 재래식 군비 경쟁의 귀환, 대륙국가 중국의 해양 진출로 인한 미국과의 긴장 고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물론 한반도가 그 복판에 있다. 책의 부제도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변화와 국가통일의 리더십’이다.

 “이전 책 ‘새우와 고래싸움’에서도 말했지만 새우였던 한국이 만약 돌고래가 됐다고 쳐도 범고래와 같은 강대국 앞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범고래를 만나면 돌고래보다 새우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지요.”

 강 교수는 “대륙 강대국의 완충지대(buffer zone)면서 해양 강대국의 교두보(bridgehead)라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상은 임진왜란 이래 변한 적이 없다”면서 “장기적인 전쟁을 독자 수행하는 능력이 없는 한국은 대외정책에서 기본적으로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用)미’ ‘용중’ ‘용일’ ‘용러’와 같은 말은 환상이고 착각에 불과하다는 게 강 교수의 주장이다. “주변국을 바보로 아는 인식이지요. 진지하고 성실한 외교를 추구하면서도 국가의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데 과도하게 비타협적인 자세를 취해 무리가 생기기도 합니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외교란 없습니다.”

 강 교수는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미국을 단일한 연방국가로 지켜냈으며, 패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선거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킨 링컨의 리더십이 한국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링컨 대통령은 ‘무장한 예언자’ 같은 이였습니다. 국민에게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해 국민의 생각을 바꾼 ‘변환적 리더십’의 모범이지요.” 강 교수는 앞으로 1년 동안은 매달 심포지엄을 열어 윈스턴 처칠의 리더십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한국의 지정학과 링컨의 리더십#강성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