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달러 너무 강하다” 한마디에 원-달러 환율, 하루새 7.8원 떨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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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D-1]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감 약화
달러 조정국면… 금융시장 요동, 유럽증시는 ‘하드 브렉시트’ 불안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국내외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줄곧 초강세를 보였던 달러화 가치는 최근 내리막을 타다가 “강세가 지나치다”는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아래로 가속페달을 더 밟았다.

 보호무역주의와 재정 확대 등을 내세운 ‘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정책)가 어떻게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출렁임을 거듭하는 불안한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66.7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11원 이상 급락했다가 하락폭을 다소 줄였다.

 이날 환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16일(현지 시간)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너무 강하다”고 불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는 “달러 강세로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없고 이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달러 강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여파로 달러 약세가 빠르게 진행됐다. 17일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23% 하락하며 100대로 다시 떨어졌다.

 올 들어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의 움직임에 따라 원화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9일만 해도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로 1208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7거래일 만에 42원 가까이 떨어졌다. 재정 확대와 감세를 핵심으로 한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최근 약화되면서 달러 강세가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국내외 증시에서도 짙게 묻어났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로 연초 국내외 증시가 강세를 보였지만 취임식이 다가올수록 불안한 장세를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2,070 선을 중심으로 장중 내내 등락을 반복하다 전날에 비해 0.06% 내린 2,070.54에 장을 마쳤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미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유럽 증시는 트럼프 변수에 더해 영국이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한다는 내용의 ‘하드 브렉시트’를 공식화하며 급랭했다. 17일(현지 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 선언에 따라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제거됐지만 앞으로 닥칠 브렉시트 협상 과정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의 추가 유로존 탈퇴 문제 등이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이날 영국 증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1.46% 하락했으며 유럽 주요국 증시도 약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중 간 통화 및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면 신흥국이 불가피하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취임 후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은 해소되겠지만 보호무역주의 등 미국 정부가 내놓을 정책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정임수 기자
#하드브렉시트#트럼프노믹스#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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