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강에 수달이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천호대교 아래서 44년만에 발견
멸종위기종 4마리 카메라에 잡혀… 암사∼고덕∼미사습지 서식 추정
한강유역 누빈 ‘최상위 포식자’ 남획-팔당댐 건설로 자취 감춰

2일 밤 서울 광진구 천호대교 교각 아래에서 포착된 수달 가족. 어미가 경계하며 앞서가고 새끼 두 마리(원 안)가 뒤를 따르고 있다. 환경부 제공
2일 밤 서울 광진구 천호대교 교각 아래에서 포착된 수달 가족. 어미가 경계하며 앞서가고 새끼 두 마리(원 안)가 뒤를 따르고 있다. 환경부 제공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이 서울 도심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서울 광진구 천호대교 북단에서 수달 가족 네 마리가 포착됐다고 18일 밝혔다. 어미 한 마리와 새끼 세 마리로 1973년 팔당댐 건설로 한강 상·하류 생태계가 단절된 이후 서울 도심부 한강에서 처음 발견된 수달 개체다.

 수달의 존재는 지난해 3월 한 시민의 제보로 처음 알려졌다. 한강의 지류인 탄천에서 수달을 봤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 한강유역환경청은 4월부터 한강 팔당댐 하류부터 하구까지 총 92km에 걸친 구간을 샅샅이 조사했고, 넉 달에 걸친 정밀조사 끝에 8월 천호대교 북단 일대에서 수달 배설물과 먹이활동 흔적을 발견했다.

 곧바로 일대에 무인카메라 10대를 설치했지만, 수달의 실제 모습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았다. 두 달간 촬영에도 실마리를 잡을 수 없다가 지난해 10월 카메라 한 대에 수달 새끼 한 마리가 잡혔다. 그리고 이달 2일 암컷 한 마리와 새끼 세 마리가 고스란히 찍히면서 수달 가족의 존재를 확인했다.

 본래 한강 유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던 수달은 수질오염과 모피를 위한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다가 팔당댐이 건설된 뒤로는 상·하류 이동마저 끊겨, 한강 하류인 도심 부근에서는 40년 넘게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은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생태 건강성을 나타내는 수달이 서식한다는 것은 이 일대 생물다양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이번에 발견된 수달 가족이 ‘암사∼고덕∼미사수변습지’를 서식지로 하고 팔당댐 하류 남·북단을 오가며 생활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사진에 찍힌 수달 새끼들의 크기를 볼 때 조만간 독립해 새 가정을 꾸릴 것으로 보고 수달 보호 관리 대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수달#천호대교#멸종위기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