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귀국 1주일 반기문, 언제까지 半半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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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어제 광주 5·18묘역 참배와 조선대 강연에 이어 여수수산시장 화재 현장 방문을 마친 뒤 대구로 이동했다.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청년들과의 모임을 마치고는 다시 대전으로 옮겼다. 하루 이동거리만 500km를 훌쩍 넘는다. 영호남 보수와 진보의 상징적 지역들을 잇달아 찾는 분주한 발걸음은 ‘대통합’이란 이름 아래 보수와 진보를 한꺼번에 아우르겠다는 그의 정치적 태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그게 단 하루에 될 일인가.

 12일 귀국 이후 대중교통 이용, 전통시장 방문 같은 구식 선거 이벤트만 되풀이하는 그의 행보에선 조바심마저 느껴진다. 반 전 총장은 어제 조선대 강연에선 자칭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 “사람을 이쪽, 저쪽, 보수다, 진보다 구분하는 게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용어 자체가 ‘보수’와 ‘진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단어를 섞어 놓아 혼란을 준다. 두 가지 가치를 얼버무린 채 양측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당초 기성 정치권과 당분간 거리를 두겠다던 반 전 총장은 “역대 대선 후보 중에 당 없이 (출마)한 사람이 있느냐”며 “종국적으로 어느 쪽이든 정당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홀로 하려니 금전적인 것부터 빡빡한데, 꼭 돈 때문은 아니지만 (입당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정치권의 잇단 러브콜 속에 ‘꽃가마’를 탈 것으로 기대했다가 돈도 조직도 없이 홀로 뛰어야 하는 현실에 벌써 지쳤다고 하소연하는 것으로 들린다.

 반 전 총장은 “정권 교체보다는 정치 교체가 더 상위 개념”이라고 했지만 이 또한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에 대한 분명한 찬성 입장 외엔 각종 이슈에 대해 “유엔 총장으로서 경험과 식견, 휴먼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며 매번 ‘기-승-전-유엔’식 답변이다. 이러니 ‘보수 유권자의 희망’처럼 귀국했으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도 나타나지 않고 지지율은 20% 선에 머물고 있다.

 불분명한 정체성과 어정쩡한 메시지, 보여 주기 식 이벤트로는 국민의 공감을 사기 힘들다. 오죽하면 모호한 태도 탓에 ‘간철수’로 불렸던 안철수 의원마저 “반 전 총장은 온통 ‘반반(半半)’이다. 설 지나서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공격하고 나올까. 외교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이 반 전 총장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세계 최고 외교관을 지낸 경륜이다. 구식 선거운동은 그만두고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간략히 정리하고, 해법을 제시해 불안감을 덜어주는 일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반기문#대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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