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최순실, 다른 승마선수 지원 못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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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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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정유라 승마코치 맡았던 캄플라데 비덱스포츠 대표 단독 인터뷰


 “내 아내는 신문을 읽을 때마다 이렇게 조롱합니다. ‘커럽션(썩었네), 커럽션(썩었어) 코리아, 비덱’이라고요. 그녀는 저를 증오하고 있어요. 제 자랑스러웠던 30년 승마 인생이 한순간에 망가졌습니다.”

 정유라 씨의 승마 코치이자 비덱스포츠(이하 비덱) 대표인 크리스티안 캄플라데 씨는 13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비덱의 주거래 은행도 변호사도 모두 독일 은행과 독일 변호사로 바꿨다. 30일 후면 여기 전화번호를 모두 바꿀 것이다. 그만큼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3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캄플라데 비덱 스포츠 대표. 바르셀로나=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13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캄플라데 비덱 스포츠 대표. 바르셀로나=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그는 2015년 11월부터 비덱 대표를 맡아 왔고, 지난해 10월 최순실 씨 모녀에게서 주식 100%를 인수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캄플라데 대표가 최 씨의 회사를 대신 맡아 독일에 은닉한 자금을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캄플라데 대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에서 영어로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최 씨를 5분만 만나게 해 달라. 솔직히 그녀를 없애 버리고(kill) 싶을 정도로 밉다. 그녀는 나에게 쓰레기(trash)를 팔았다”라며 최 씨를 향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최악의 경우 비덱이 1, 2주 내에 파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의 후원금이 끊기면서 비덱이 독일에서 세금을 내지 못했다”라며 “국세청에 비덱 타우누스 호텔을 팔아 세금을 내겠다고 납부 연기를 신청했지만 만약 이 제안이 거절되면 당장 파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납부 연기가 받아들여지면 자산을 팔아 세금을 낸 뒤 청산 작업에 들어갈 거다. 남은 비덱의 미래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했다. 납부 연기가 안 되면 파산이고, 납부 연기가 이뤄져도 청산이라는 뜻이다.

 그가 최 씨 모녀의 주식을 산 시점은 지난해 10월 18일. ‘최순실 스캔들’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기 시작할 때였다. 그는 최 씨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잘 알면서 자신에게 주식 인수를 제안했다며 분해했다. 캄플라데 대표는 “비덱이 갖고 있는 유일한 부동산인 타우누스 호텔을 몇 주 전에 내놓았다. 55만 유로에 샀는데 그보다 훨씬 못 받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 씨 모녀를 처음 만난 것은 2015년 8월 비블리스 승마장에서라고 했다. 그는 “최 씨가 먼저 승마 코치를 제안했고 (정)유라가 말을 타는 모습을 본 뒤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 맡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라는 파워는 없지만 상당히 ‘필링(느낌)’이 좋았다”라며 “특히 유라는 훈련보다 무대에 가면 더 잘하는 스타일”이라고 정 씨의 승마 실력을 평가했다. 2015년 11월 최 씨에게서 비덱 대표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며 “1주일에 한 번만 대표 일을 하기로 하고 승낙했다. 대표 월급은 1500유로(약 189만 원)였다”라고 했다.

 이후에도 그의 주요 업무는 비덱 대표가 아니라 정유라의 승마 코치였다. 그러던 중 정 씨가 갑자기 지난해 8월 덴마크 올보르로 가겠다고 통보했다. 그는 “정 씨가 덴마크에 가면 나는 제자도 잃고 직장도 잃게 돼 반기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후 딱 한 번 덴마크에 가서 6일 동안 함께 훈련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비덱 대표가 된 이후 정 씨의 덴마크 집세와 생활비를 모두 대줬다. 캄플라데 대표는 “최 씨가 결정한 사항이긴 했지만 비용도 크지 않아 계속 지원했다”라며 “비덱이 이제 파산이니 그 지원도 1월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정 씨의 말과 관련해선 “삼성이 비타나 라우징 살바토르 등 고가 말을 비덱을 거치지 않고 사서 정 씨에게 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타나와 라우징의 소유자가 정 씨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나는 최 씨 모녀가 말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모든 말은 삼성 이름으로 샀고 문제가 되자 삼성이 모두 헬그스트란에 판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캄플라데 대표는 삼성과 승마 선수 6명을 지원하기로 계약을 맺어 놓고 정 씨만 지원한 데 대해 “다른 선수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를 마쳤으나 최 씨가 모든 걸 취소했다. 그녀는 빅보스였고 난 어쩔 도리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기자에게 명함을 건네며 “이게 마지막 비덱 대표 명함”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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