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 채우는 이웃사랑… 잠실본동 ‘공유 냉장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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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노인 등 저소득 1인가구, 언제든 꺼내가세요
상인들 버리기 아까운 음식 기부… 주민들도 과일-선물세트 넣어놔
이용 편한 주민센터 입구에 설치… 6개월 동안 400명에 한끼 제공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순예 씨가 13일 잠실본동 주민센터를 찾아 ‘공유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살펴보고 있다. 냉장고에는 상인과 주민들이 기부한 음식이 가득 차 있다. 송파구 제공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순예 씨가 13일 잠실본동 주민센터를 찾아 ‘공유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살펴보고 있다. 냉장고에는 상인과 주민들이 기부한 음식이 가득 차 있다. 송파구 제공
 함박눈이 내려 쌓이던 13일 낮. 김순예 씨(79·여)가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주민센터에 들렀다. ‘공유 냉장고’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냉장고는 주민센터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다. 냉장고 문을 열자 전날 저녁 인근 새마을시장 상인들이 갖다 놓은 무지개떡과 호박콩떡, 족발, 연근조림 등이 먹기 좋게 포장돼 놓여 있었다. 아래 칸에는 김치통이 있었다. 지난해 주민들이 김장을 하면서 갖다 놓은 김치였다. 원하는 사람들은 김치 한 두 포기씩을 덜어서 가져갈 수 있다. 공유 냉장고만 이용하면 간편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다양한 반찬을 고를 수 있다. 김 씨는 “혼자 살다 보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직접 해먹기가 어려웠다”며 “이렇게 조금씩 여러 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잠실본동의 공유 냉장고 사업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홀몸노인이나 고시원 등에 혼자 사는 청년 등 1인 가구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지역 기초수급자는 168명. 기초수급 자격은 없지만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적지 않다. 김진영 주임(41·여)은 “현재까지 공유 냉장고를 이용한 사람은 400여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공유 냉장고는 채소 과일 반조리식품 냉동식품 빵 떡 등 대부분의 음식을 기부 받는다, 유통기한 잔여 기일이 2일 이내나 주류 건강보조식품 불량식품은 받지 않는다. 소량이라도 좀 더 다양한 음식과 식재료를 공급받는 것이 올해 목표다.

 특히 관내 상인들은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위생이나 맛은 이상이 없다”며 냉장고 물품 기부에 적극적이다. 반찬가게에서 당일 만든 조림반찬이나 찜통에 쪄먹으면 맛있는 떡이 대표적이다. 엄대섭 잠실본동장은 “시장에 음식 관련 점포가 70여 곳인데 공유 냉장고 참여 업체에는 ‘나눔가게’ 표창을 전해 감사를 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도 주민들이 새해를 맞아 과일과 가공식품을 기부했다. 감귤을 한 박스(5kg) 사들고 온 주민 김정숙 씨(59·여)는 “일시적으로 밥을 먹기 어려운 사람들도 크게 눈치 보지 않고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절 연휴 전후로는 식품 선물세트를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자주 냉장고를 찾는 사람을 눈여겨봤다가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소개하기도 한다. 엄 동장은 “공유 냉장고는 복지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라 도움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을 찾아내는 효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저소득#1인가구#홀몸노인#공유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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