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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차별 맞서려면 언론의 ‘목소리’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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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차별 맞서려면 언론의 ‘목소리’ 가장 중요”

이지훈기자 입력 2017-01-13 03:00수정 2017-01-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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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성주의 저널리스트 파멜라 필리포스
인도의 여성주의 저널리스트인 파멜라 필리포스는 “여성을 약자나 피해자로 여기는 사회적 편견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970년대 중반 인도의 대형 신문사인 ‘타임스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에 20대 초반의 한 여성 기자가 입사한다. 당시 인도에서는 성범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기자들은 이를 ‘경미한 범죄’로 치부해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충격을 받은 젊은 여기자는 성폭행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그 행보는 ‘성폭행 반대 운동’으로 이어졌다.

 인도의 여성주의 저널리스트 파멜라 필리포스(64)의 이야기다. ‘인디언 익스프레스(The Indian Express)’의 수석 편집자를 지낸 그는 현재 ‘와이어(The Wire)’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제11차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프로그램(Ewha Global Empowerment Program, EGEP)의 공개강의세미나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1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만났다.

 “1979년 인도의 한 경찰서에서 마투라라는 여성이 경찰 2명에게 성폭행 당했어요. 판사는 여성에게 격렬한 저항의 흔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죠. 이 사건은 1970년대 후반부터 확산된 인도 여성주의 운동의 단초가 됩니다.”

 인도의 여성주의 운동은 ‘여성이 성폭행 당하지 않을 권리’에서 출발했다. 힌두교와 카스트 제도로 공고해진 가부장제 사회에서 언론은 성폭행의 귀책을 여성에게 돌렸고 이에 여성들은 분노했다.

 2012년 12월 인도 성폭행 반대 운동의 변곡점이 된 사건이 발생한다. 인도 델리에 사는 23세 여대생이 남자친구와 영화를 보고 오던 중 버스에 탄 남성 6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쇠몽둥이로 잔혹하게 폭행당한 사건이다. 그는 병원에서 13일을 신음하다 끝내 숨졌다.

 “가해자는 ‘피해 여성이 강간을 거부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이 가해자를 비롯한 인도의 일부 남성들은 여자를 ‘설탕’이라 합니다. 설탕 주위에 개미가 꼬이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죠.”

 인도 사회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2012년 인도 델리 집단 성폭행 사건 이후 미디어의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그는 미디어를 통해 인도 사회의 가부장적 인식을 알리는 데에 힘썼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강남 살인 사건이 있었죠. 이 사건 역시 남녀 모두를 아울러 여성에게 ‘불안에 떨지 않을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2012년 인도의 집단 성폭행 사건과 비슷합니다.”


 여성주의 운동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기 위해선 남녀 모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는 저널리스트다운 해법을 제시했다. “결국 ‘목소리’가 중요합니다. 공개적 비판을 통해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일이야말로 언론의 역할이자 앞으로도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파멜라 필리포스#여성주의 저널리스트#타임스 오브 인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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