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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째… ‘반도체人 신조’로 시작하는 삼성 기흥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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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째… ‘반도체人 신조’로 시작하는 삼성 기흥공장

신동진기자 입력 2017-01-11 03:00수정 2017-01-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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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메모리 분야 세계1위, 삼성 반도체 신화의 비결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왼쪽)이 1983년 “반도체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이른바 ‘도쿄구상’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부회장(가운데)등 임원들과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25Y 8D 14H 19M 34S(25년 8일 14시간 19분 34초).’

 9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1층 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은 삼성전자가 전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1993년 이후 25년째 수성하고 있는 시간을 초단위로 나타내고 있었다.

 

기흥사업장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약 5조 원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심장이다. ‘갤럭시 노트7’ 사태로 위기에 빠졌던 삼성전자를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으로 구해 낸 일등공신이었다.

 한국 반도체 성공 신화의 비결은 뭘까. 이날 찾은 기흥사업장 곳곳에서 마주친 성공 키워드는 ‘초심’과 ‘혁신’이라는 두 단어였다.

○ ‘반도체인의 신조’ 외치며 초심 유지

 기흥사업장의 모든 회의는 ‘반도체인의 신조’로 시작된다.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일에 착수하면 물고 늘어져라’ 등의 구호를 담은 신조는 30여 년 전 반도체 사업 초창기에 선배 기술자들이 읊던 것들이다. 아무 기반도 없이 미국과 일본 반도체 기업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선배들의 헝그리 정신을 기억하는 일종의 세리머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년 전부터 모든 회의에서 전 직원이 ‘신조’ 중 하나를 외친 뒤 논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런 초심 덕분에 기술 투자로 경쟁 기업들을 더 멀리 따돌린다는 의미인 ‘초격차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세계 1등이 된 지 25년째지만 초심을 잃지 않았기에 누구보다 빨리 혁신에 나설 수 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문화를 삼성전자 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곳도 반도체 부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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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1983년 이병철 당시 회장의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미국 마이크론 등 선진 기업에 기술 동냥을 하러 다녀야 했다. 미국 출장팀은 현지의 텃세와 견제 속에서도 손뼘과 발걸음으로 생산라인 크기를 쟀다. 밤에는 함께 모여 라인 설계도를 그렸다. 전국에서 불러 모은 100명의 기술자는 삼성의 첫 반도체 제품인 ‘64K D램’ 양산 성공을 다짐하며 64km 행군 길에 올랐다.

 반도체 신기술을 발표하는 세미나에는 ‘특수요원’ 1명씩을 파견했다. 질문을 던지는 척하면서 시간을 끄는 사이 기술 전문가들이 해당 슬라이드 내용을 빠르게 받아 적거나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

 삼성전자는 1992년 D램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한 뒤 이듬해 전체 메모리 반도체 1위, 2002년 낸드플래시 1위 업체로 성장했다. 최근 데이터센터의 저장장치 수요 급증으로 인기가 높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 위기 때마다 혁신과 투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저력은 위기의 순간 빛을 발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직후 D램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1984∼87년 삼성전자의 누적 적자는 1400억 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삼성이 곧 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삼성은 1987년 생산 라인 증설을 결정했다. 그리고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2008년 4분기(10∼12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1987년 이후 첫 분기 적자를 냈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해 5월 취임한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현 부회장)은 오히려 ‘워크 스마트’를 선포했다. 권 부회장은 “직원들이 정시에 퇴근해도 경쟁력이 강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오히려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여준 ‘역발상’은 반도체 부문이 다시 도약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반도체 부문의 앞선 기업문화는 삼성전자 전체가 추진하고 있는 ‘스타트업 인사 혁신’의 토대가 됐다.

  ‘PC 시대’의 절대 강자였던 인텔이 전원을 꼽는 플랫폼에 안주해 있을 때 삼성전자는 모바일에 적합한 저전력 제품 연구에 매진했다. 세계 5위권에 머물러 있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비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도 자체 시스템 반도체인 엑시노스를 내세워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2분기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1.3%로 1위 인텔(14.7%)과 격차를 더 좁혔다. 인텔의 시장점유율과 비교해 76%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2008년엔 인텔의 50% 수준이었다. 인텔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13∼15% 선에 머무는 동안 삼성은 같은 기간 6.5%에서 11.6%를 기록하며 2배 가까이로 뛰어올랐다.

용인=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반도체#삼성전자#기흥사업장#영업익#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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