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흡연 못 줄이고 나라 곳간만 챙긴 금연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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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못본 담뱃값 인상 2년

 담뱃값 인상으로 대폭 줄어들었던 담배 판매량이 1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담배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담배 판매로 거둬들이는 연간 세수가 12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금연 확산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정부가 나라 곳간만 불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사상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던 성인 남성 흡연율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 부착을 의무화한 조치에 더해 담뱃값을 물가와 연동해 일정한 비율로 매년 인상하는 등 보다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 1년뿐인 반짝 효과…나라 곳간만 불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담배 판매량 증가율을 토대로 추정한 지난해 연간 담배 판매량은 36억6000만 갑이었다. 이는 담뱃값이 평균 2000원 인상된 2015년(33억3000만 갑)보다 9.9% 늘어난 것이다.

 담배 판매량은 2014년 43억6000만 갑에서 가격을 올린 2015년에 23.6%(10억3000만 갑) 급감했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3억 갑 이상, 담배회사가 도·소매상에 납품하는 반출량은 5억 갑 이상 늘어난 것으로 기재부는 보고 있다.

 기재부는 애초 지난해 담배 반출량을 34억6000만 갑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말 이 수치를 ‘37억 갑 이상’으로 수정했다. 기재부 측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담뱃갑에 담배의 폐해를 보여주는 흡연 경고그림 부착이 의무화되면서 담배회사들이 사전에 제작한 물량을 도·소매업체들에 반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출 물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담배 세수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담배 반출량을 37억 갑으로 추정할 때 이를 바탕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담뱃세(갑당 3323원)는 12조3000억 원에 이른다. 2015년(10조5000억 원)보다 17.1%(1조8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 “물가연동해 매년 값 올릴 필요”

 전문가들은 몇 년에 한 번씩 담뱃값에 손을 대는 식의 가격 인상 정책으로는 흡연율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담배 가격을 1994년 450원, 2002년 1500원, 2005년 2500원, 2015년 450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담배 판매량은 가격을 올린 시점 직후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1∼3년 새 회복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정부는 반출량 증가를 고려할 때 흡연율이 다시 상승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반출량이 꼭 판매량, 흡연율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의 경우 2014년부터 담뱃값 인상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담뱃값 인상 전부터 금연해야겠다고 다짐하는 흡연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이런 분위기가 줄면서 일정 부분 흡연율이 높아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효율적인 금연정책을 위해선 보다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호주처럼 담뱃값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매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물가상승률에 0.976%를 덧붙여 담뱃값을 꾸준히 올릴 경우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30년까지 29%로 낮출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담배 광고·판촉 규제 등의 비가격 금연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을 유혹하는 담배 광고나 향기가 첨가된 담배 등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담배 광고·판촉 규제 강화 △전자담배 관리 강화 △소포장 담배 금지 및 가향 첨가 규제 △금연지원서비스 및 금연캠페인 강화 등 비가격 규제를 강화해 흡연율을 떨어뜨릴 방침이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담배#세수#흡연자#단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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