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춘문예 2017]영화평론 ‘오인된 세계와 본능의 주체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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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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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잃어버린 다짐을 찾아봐야겠다
 
김세나 씨
김세나 씨
 5년 동안 매주 서울과 군산을 이동했다. 학교에 일이 있을 때는 한 주에 두세 번도 왕복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며 지칠 때마다 마음을 다잡곤 하지만, 5년이란 시간은 내게 타성을 만들어 이제는 허약한 정신상태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스스로를 진단하곤 한다. 길 위에서 흘려보내고 잃어버린 다짐들은 어디쯤 있을까. 언제인가부터는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아예 약속을 하지 않으려 타협하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타성에 젖은 나를 질책이라도 하는 듯, 당선 소식이 들려왔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않겠는가. 이제라도 부랴부랴 잃어버렸던 다짐과 약속을 찾아보고 살펴봐 주어야겠다. 그뿐이랴. 새로운 다짐을, 새로운 약속을, 새로운 각오를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만들 준비가 되었다. 자, 다시 서울행 버스를 탈 준비를 하자.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해 본 경험이 없다. 감사할 일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뻣뻣한 내 표현 능력 탓일 것이다. 제멋대로 결단하고 항상 일방 통보만 해오던 딸을 묵묵히 믿어 주시고 지켜봐 주시는 부모님께 이 자릴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1985년 전북 군산 출생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 수료
 
▼ 안정적 문장력으로 치밀한 논리 펼쳐 ▼
 
[심사평]영화평론
 
김시무 영화평론가
김시무 영화평론가
 응모작 중 ‘곡성’을 다룬 비평이 가장 많았다. ‘부산행’과 ‘아가씨’를 다룬 글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비평적 관점도 다양했다. ‘아가씨’를 근대성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은 박찬욱의 영화 스타일을 ‘오페라’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한정된 지면에 너무 많은 예시를 끌어들여 초점이 빗나가고 말았다. ‘부산행’을 다룬 글 중 ‘동일성의 자기복제와 현대성의 파국’이라는 화두로 논의를 전개한 글은 좀비영화의 현황을 상세하게 분석해 주목할 만했다. 하지만 논문 식의 전개 방식이 아쉬움을 남겼다.

 ‘곡성’은 영화 자체가 열린 구조여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염세주의라는 테마로 해당 작품을 분석한 글은 ‘곡성’이 기존 장르영화의 관습을 한참 벗어났는데도 관객을 사로잡은 이유를 설득력 있게 분석했다. 단정적인 문장이 흠이랄까. ‘곡성’을 신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글도 두 편 있었다. 그중 ‘오인된 세계와 본능의 주체’라는 화두로 논의를 전개한 글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글은 극중 주인공이 파멸하는 것은 외부의 불가해한 힘(악마)이 아니라 주체의 본능에서 비롯된 절대적 확신(즉 맹신) 때문이었음을 치밀하고 차분한 논리로 입증하고 있다. 문장도 안정적이다. 문장력은 좋은 평론가의 필수 요소다.
 
김시무 영화평론가
#동아일보 신춘문예 2017#영화평론#김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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